한국일보

남으로 창을 내겠소’

2010-08-0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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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김상용 (1902 - 1951)


최근 며칠 동안 땅을 파면서 보냈다. 내려찍기 위해서 무거운 곡괭이를 들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곡괭이질이 삽질보다 훨씬 힘들었다. 화자가 곡괭이질을 하는 걸 보니 척박한 밭을 일구고 있는 중인가 보다. 선풍기도 없이 남쪽으로 낸 창 하나로 여름을 날 것 같은 이 가난한 농군의 웃음이 왜 이리 넉넉해 보일까. 우리 현대인이 잃어버린, 이웃과 함께 강냉이를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부럽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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