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백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

2010-08-0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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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수희 수필가

옛날 아시아 한 나라에 진기한 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의 열매는 늘 황금색으로 먹음직했다. 그런데 그 나무는 독을 가지고 있다고 소문이 나서 아무도 그 열매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때 그 나라에 기근이 들어 먹을 것이 없었지만 그 나무만 건재했다. 한 아버지가 식구들의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용기를 내서 오른쪽 나뭇가지 열매를 따서 먹었는데 죽지 않았다. 계속 열매를 따서 먹어도 또 그 자리에 황금빛 열매가 열렸다.
그 후에 그는 왼쪽가지는 필요 없다고 잘라버렸다. 그런데 다음날 황금빛 나뭇잎이 떨어져 썩어 있었다. 자기 몸에 반이 잘려간 나무는 검게 변하고 죽어있었다. 이제 그 나무는 살아있는 나무가 아니었다.
이 일화는 무엇을 말하는가. 생명체는 늘 고난과 기쁨을 함께 하며 살아감을 가르치고 있다. 인생이란 긴 여정에서 서로 만남이라는 인연을 통해 정을 나누며 사는 것이 삶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 서로 얽히고설킨 사회공동체 안에서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미래에 무슨 일이 전개될지 모르는 안개 속에 살아간다.
이런 가운데서도 미래지향적인 안목으로 희망과 꿈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옛 성현은 위기(危機)라는 말 속에 위험과 기회의 두 개념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위험도 하나의 기회가 되고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인생을 살다보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던 일도 실제 부딪혀보면 가능하다는 사실을 가끔은 경험하게 된다.
좋은 목재(木材)는 바람이 세차게 부는 환경일수록 단단한 나무가 된다. 인간도 역경 속에서 자연의 재해, 사별(死別), 사업실패, 가정파탄 등을 겪으며 살아간다.
또한 사람은 누구나 약점이 있다. 신이 아닌 이상 이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다. 그 약점이 외향적이든 내향적이든 감추고 싶어 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그러나 내 인생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 내 인생이 먼저 존재해야 비로소 다른 사람의 인생이 존재하지 않는가. 진주는 조개가 모래알 같은 자극물에 의하여 상처가 생겼을 때 내부 반응에 의하여 만들어진다. 소나무도 송진의 향을 내뿜으려면 몸에 상처가 나야한다. 우리 인생도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통해 인생을 배우며 살아간다.
밀물의 때가 있으면 썰물의 시간이 있지 않은가.
삶이란 어쩌면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행운과 고난의 연속인 드라마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늘 담담한 평상심(平常心)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나도 육신이 삐걱대는 데가 늘어나는 나이지만 정신적으로는 매일 풍요롭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을 시작한다.
여명(黎明)의 새벽,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며 호흡할 수 있고 사회가 돌아가는 현상을 읽을 수 있는 신문을 읽으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이다.
지역사회에 작은 봉사라도 하며 아직은 네 손자 돌볼 힘이 있으니 그저 감사하며 넉넉한 마음, 여백이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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