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0년 만에 빛 본 비자 발급 관행

2010-07-30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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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 신청한 사람은 비자 받을 수 없나요?”
무비자인 지금에도 학생 비자나 방문 비자 등 여러 종류의 비이민 비자를 신청해서 미국 입국을 시도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영주권 신청을 한 비자 신청자들에게는 이민 청원서를 접수했다는 것이 아직도 두려운 상황인 것 같다.
그러나, 이제부터 그 질문의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최근, 2010년 3월에 새로 바뀐 비이민 비자 신청서 DS-160에는 그동안 끈질기게 물어왔던 “이민 청원서(Immigrant Petition)를 접수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이 드디어 삭제되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약 10여 년 전만 해도 영주권을 신청한 적이 있는 사람은 방문 비자를 받기가 힘들었다. 그 이유는 미 대사관의 관행으로 비이민 비자 신청서에 영주권 신청을 한 적이 있다고 표시를 하면 영락없이 미국 방문 후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할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 비자를 받을 수 없었다. 이런 미 대사관의 오래된 관행을 피하고자 비자 업무를 담당해 주던 여행사나 서류 대행업체에서는 사실의 유무를 떠나 무조건 No 라고 기재해야만 비자를 받을 수 있다고 할 정도였다.
그렇게 급한 대로 비자를 잘 받았다 할지라도 일은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나중에 정식으로 영주권을 받기 위해 이민 비자 수속을 할 때, 전에 비이민 비자 신청서에 거짓말(Misrepresentation)을 한 사실이 나타나면 영주권을 못 받는 이민법상 불이익을 받아야만 했다. 처음부터 그것을 알았더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텐데라고 후회해 봐도 그때는 이미 때가 늦었던 것이었다.
1999년 말, 영주권을 신청했다는 이유로 미국 방문을 할 수 없었던 내 클라이언트의 억울함을 발견하고 미 대사관의 부당한 비자 거절 관행과 싸움을 시작한지 10년만의 결실이다. 그때 당시의 비 이민 비자 신청서를 OF-156이라고 했으며 그 신청서에는 다음의 두 가지 질문을 포함하고 있었다.
첫째는 노동 허가서(Labor Certification)를 신청한 적이 있습니까? 그리고 둘째는 이민 청원서(Immigrant petition)를 접수한 적이 있습니까? 라는 질문이다.
여기에서 노동 허가서란 취업 이민 신청 시 첫 단계 절차로 노동부에 노동 허가서를 신청하는 서류이다. 이민 청원서란 가족 이민이나 취업 이민의 이민 청원 신청서류를 뜻한다. 이 두 질문은 마치 미국 입국을 가로 막는 저승사자와도 같았다.
원래 영주권 관련 서류가 접수가 되었다 할지라도, 한국과의 강한 연대(Strong ties)만 밝혀주면 이민법상 비자를 발급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 대사관에서는 비자 거절 사유로 영주권을 신청한 사람에게는 한국과의 극도의 강한 연대(Unusually strong ties)를 요구하였던 것이다. 이런 잘못된 법적 적용을 시정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끊임없이 노력하고, 미 국회 기자회견과 국무장관을 상대로 법정투쟁까지 갔었다.
그러던 중 2001년 12월에 비 이민 비자 신청서 양식이 DS-156으로 바뀌면서 먼저 있던 두 가지의 질문 중 “노동 허가서를 신청한 적이 있습니까?”하는 질문이 삭제되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2002년 4월에는 영주권을 신청했다는 이유로 비자를 거절했던 내 클라이언트에게 비자 발급을 해주면서 미 대사관의 부당한 관행이 시정되기 시작하였다.
한편, 이번 비이민 비자 신청서의 대폭적인 수정은 수십 년 동안 내려왔던 비자 발급 관행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자 하는 미 국무부의 의지요 명문화 조치라 할 수 있다. 그 동안의 노력의 결실을 바라보면서 무엇이든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힘들고 어려워도 끝까지 투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종준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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