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한인회관 털렸다

2010-06-3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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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적 환경만 탓할 시기 지났다
전통·문화 홍보할 수 있는 ‘센터’ 절실


분주하고 어수선한 곳을 노리는 도둑은 어디에고 있게 마련인가보다.
올림픽과 한인회·실협 선거 열기로 밴쿠버 이스트 헤스팅(E. Hastings St.)에 자리잡고 있는 한인회관이 눈코뜰세가 없을 만큼 분주했음은 분명하다.
거의 매일 노인회의 친목장소로 어르신들이 상주하거나 한인회에서 관련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물론 각종 행사로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었던 요즘의 한인회관의 모습은 주변의 동네사람들에게 예사롭지 않은 분주한 커뮤니티의 분위기를 새삼 느끼게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요즘 한인회관 출입자는 전에 비해 극도로 많아졌다. 한인회가 대표성을 가지고 교민 행사를 자주 주도해 오고 있는 것을 비롯해서 교민들이 한인회관을 접할 기회가 많아 진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난주 도둑이 침범해 교민을 대표하는 한인회관이 털려버렸다.
각 사무실의 문을 부수고 난도질을 해놔 실제로 눈으로 확인하면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컴퓨터를 비롯해서 마이크와 여러 가지 전자제품들이 도난 당했다. 사실 한인회관의 도난 사건은 거의 해마다 발생하는 빈번한 사건이었다. 도난 당한 물품을 두고 가치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한인 대표 사무실이 자주 털린다는 주변 환경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이 가슴 한 켠에 씁쓸함으로 남게 한다.
한인회관은 마약과 창녀, 홈리스들이 대거 머물고 있기로 유명한 이스트 헤스팅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우범지대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한인회관에 도난이 없기를 바라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한인 단체 모임이 있을 때면 주변의 주차환경과 차량 도난과 창녀들과 홈리스들, 마약자들로 인한 야밤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오래 머물고 싶지 않은 곳임은 더욱 분명하다.
이 한인회관은1991년 스웨덴 커뮤니티로부터 매입하게 되었다. 과거에 한인회관을 마련한 한인회 담당자들의 노고는 훌륭했다. 과정이 어떻든 그들도 한인회관의 필요성을 가지고 당시의 지역적인 발전 가능성을 고려해서 그 자리에 한인회관을 마련했음은 분명할 것이다.
하지만 한인 이민 사회의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교민 사회가 타국의 교민 못지 않게 지식의 수준이 높고, 교양이 있고, 여유가 있다.
또한 주류사회에서는 교민의 파워를 점차로 인정하여 각 분야의 정치인들의 한인 단체에 관심과 참여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더불어 한인 파워의 구축을 위해 한인 정치인을 발굴하자는 의견도 모아지고 있다.
이에 우리가 생각할 부분이 있다.
도둑 맞은 한인회관을 무심히 넘어가지 말자,
올림픽의 열기와 응집력과 파워를 과시한 만큼 한인회관의 이전 문제를 자존심을 걸고 신중하게 생각해보자.
그간 한인회의 불명예를 핑계로 한인사회에 정작 필요한 부분이 외면 되었다면 이제는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겠다. 한인회관은 한 리더를 위해 설립된 곳이 아니고, 한 단체에만 국한되어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 밴쿠버 교민 모두의 자존심이고 자긍심일 수 있다.
한인회관의 건립에 뜻이 모아지면 관련 의견이 수렴되겠지만 여러 가지 교통과 환경을 고려해서 한인타운 주변에 우리의 문화와 얼이 제대로 담긴 코리안 센터 건립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밴쿠버에 위치한 이탈리안 센터나 버나비에 위치한 니케이센터(일본) 밴쿠버 오크에 위치한 주위쉬센터(유태인회관)등이 그 모델이 될 수 있겠다. 이미 형성된 한인타운 주변으로 코리안 대표센터를 설립한다면 타민족에게도 자랑스럽게 내 놓을 수 있는 우리 홍보관이 될 것이다. 더불어 주류사회도 한인의 위상을 존중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우리의 회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느끼고 있을 것이다.
밴쿠버 전체의 한인의 위상을 위해 이제 불미스러웠던 과거를 탓하고 있지 말자.
그것 때문에 한인 사회의 미래를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대의를 위해 다같이 뜻을 모아 한인타운을 세워보기로 결심해보자
그렇다면 지난주 도둑맞은 한인회관의 비애는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editor@i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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