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파란 잔디위에 흰 축구공

2010-06-30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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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은 월드컵이 시작된 달이다. 4년마다 개최되는 세계 축구대회는 이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세계인의 사랑을 독차지한 운동경기로 날로날로 그 폭이 넓어져 가고 있다.
내가 어릴 때는 남자의 전유물처럼 되어 있어서 축구장에서 여자는 찾아볼 수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 끼었던 나는 가끔 동네 아이들 축구놀이 할 때 숫자가 부족할 때면 오빠가 제안해서 나를 잘 뛴다며 끼어 넣곤 해서 ‘골’의 기쁨을 일찍이 맛본 후부터 나는 축구에 대한 관심이 조금은 있었다.
요즈음은 손자들과 돌로 골문을 만들어놓고 장난할 때면 골키퍼 흉내를 내면서 공을 잡고 쓰러지는 손자를 보면서 귀엽기도 하고 예뻐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나도 가끔 공을 잡고 넘어지는 흉내를 내면 손자는 웃으며 아예 누어서 뒹군다. 무척 재미있는 모양이다. 이렇게 친구처럼 놀아주고 맛있는 것 잘 만들어 주니 이 할머니가 최고란다.
얼마 전 두 번째 수술대에 오른 남편은 다행스럽게도 축구경기에 몰입할 때는 생기가 넘쳐 보인다.
파란 잔디위에 양팀 선수들의 불꽃 튀는 다툼은 흰 공의 방향 하나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희비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축구공이 선수들의 발에 채일 때마다 수많은 관람객의 누구도 쉴 사이 없이 공을 따라 다니고 있고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그 순간에는 걱정 근심 모두 잊고 내가 응원하는 팀이 골대를 향해 넣었으면 하는 애간장타는 염원 밖에는 더 이상 생각할 여유가 없다.
남편의 경우 아픔도 모두 잊은 듯하다. 이번 월드컵 경기를 보며 완쾌 되었으면 좋겠다.
그는 첫째 한국의 승리를 기원하고 미국, 브라질까지 응원해야 하니 무척 마음이 바빠 보인다.
오늘도 새벽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집 주위를 걷고는 7시30분부터 축구를 보기위해 시간에 맞추어 돌아왔다.
축구 응원하는 시간만큼은 즐거운 시간이다. 세계 방방곡곡 유명인들의 장기를 집안에서 보며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시간이다. 브라질 선수들을 보면서 우리가 살았던 지난날이 떠오른다. 브라질 선수들이 뛰는 날엔 우리 공장안이 텅 빈다. 처음 당할 때는 웬일인가 깜짝 놀랬다.
세월이 지나면서 아! 축구응원 때문이구나 하고는 차차 우리도 그들의 습성을 닮아가기 시작했다. 언젠가 우승 했을 때는 밤새도록 거리마다 축제의 분위기가 광적이 아닌가 의심해 본 때도 있었다.
그 정도로 브라질 국민 모두가 축구 사랑에 어안이 벙벙해질 때가 많았다.
그런데 한국 축구의 위상이 높아감에 따라 한국 젊은이들의 응원 모습도 대단함을 보여줘 외국인들까지도 ‘대한민국 짝짝짝’ 외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뿌듯해진다. 축구의 응원뿐 아니라 모든 면에 좋은 인상을 외국인에게 심어줄 수 있도록 각자 대한민국 대표임을 명심해야겠다.
축구 경기가 계속되는 기간만이라도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 잊고 기쁘고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9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도 파란 잔디위의 흰 공을 쳐다보며 응원 열기로 모두 떨쳐버리고 원하는 팀의 승리를 진심으로 빌고 또 빌며 주야로 기도해야지.


이영희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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