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버지라는 이름

2010-06-19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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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아버지 수난 시대이다. 요즘 경기침체는 아버지를 더욱 슬프게 한다.
“아비가 누더기를 걸치면 자식은 모르는 척하지만, 아비가 돈주머니를 차고 있으면 자식은 모두 효자가 된다”라는 셰익스피어의 말은 세태를 잘 풍자한 말이다.

하지만 효자가 되기는커녕 제발 속이나 썩히지 말라는 부모의 푸념에 "내 인생에 끼어들지 말고 간섭하지 말라"고 대꾸하는 것이 지금 젊은 세대의 성향이다.

“너의 부모를 공경하라”라는 말은 그리스도의 십계명이다. 효경에는 “무릇 효는 덕의 근본이다. 모든 가르침이 여기에서 시작되는 것이니라”라고 했다.
효는 부모에게 드리는 선물이라기보다는 자식에게 주는 훈육이어야 한다. 부모를 공경할 줄 아는 사람은 겸손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안다. 그것은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하고 통솔력을 기르는 인성 교육이다.


저마다 노년에 빈 지갑 걱정이다. 그러나 자식 때문에 걱정할 일은 아니다. 세계적 거부 워런 버핏이 자식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은 것도 자식을 바르고 강하게 키우기 위함이다. 평생 자식을 위해 헌신하다가 정작 노년에 자신은 홀로 서지 못해 고통 받는 아버지가 부지기수다.

아무리 자식이 속을 태워도 아버지는 소나무다. 자식에게 그늘이고 우산이고 그림자다. 때로는 자식 앞에서 옹고집도 부리고 호통도 치고 잔소리하며 살고 싶지만, 침묵과 미소로 절제하는 외로운 존재가 바로 아버지다.

아버지라는 이름은 고목처럼 앙상하지만 든든하고, 가을바람처럼 냉랭하지만 온유하고, 바위처럼 말 없지만 은밀한 메시지를 보내준다. 그러나 필요할 때 그 이름을 부르면 항상 옆에 계시지만 그리울 때 그 이름을 부르면 이미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


고영주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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