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천안함발‘북풍’을 막아낸 위대한 국민

2010-06-08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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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6.2지방선거를 통한 심판의 막이 내려졌다. 천안함발 매서운 ‘북풍’을 맨주먹으로 막아냄으로서 위대한 국민임을 내외에 과시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정부 여당에 쓰라린 완패를 안겨줬고, 야당에는 분열 보다는 단합이라는 숙제를 선사했다.
정부가 집권 초기 촛불사태의 교훈을 겸허히 수렴하기를 거부하고, 국민의 편이 아니라 강부자의 편에 서서 국정을 운영함으로서 혹독한 국민의 심판을 받은 것이다.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문제를 밀어붙이고, 특히 정치적 이해타산에 눈이 어두워 남북관계를 의도적으로 악화시킨 것이 이번 선거의 결정적 패인이라고 하겠다.
천안함발 ‘북풍’을 최대한 선거에 활용하고자 5월20일, 선거 공식 개시일에 맞춰 결과를 발표했는가 하면 이 대통령은 전쟁기념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도 했었다.
정부가 지방선거에 북풍을 활용하고 있다고 압도적 국민들(SBS 67.2%)이 인정한다는 사실은 정부의 북풍 몰이가 국민들에게 거부감을 주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한국기자협회’가 ‘한길리서치’에 의뢰 (5월24-25일), 언론사 기자 240명을 대상으로 천안함 발표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에 의하면 천안함 정보공개 불충분이 76.5%, 발표시점 부적절은 76.4%로 나타났다.
진실 추구 사명을 가진 언론인들마저도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의혹을 떨치지 못하는 데 하물며 일반 국민이야... 정부의 우유부단한 자세와 결정적 증거 자료들의 의도적 비공개는 무엇인가 숨기고 있다는 의혹을 떨칠 수가 없다.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의문을 제기하고 감추고 있는 자료들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합동조사단의 최종 발표를 믿으라고 윽박지는 것도 부족해, 의혹을 제기하면 비애국자로 몰아가는 작태는 바로 북풍을 부채질하는 행위가 아니고 무엇일까?
태산을 뜰 것 같던 북풍도 국민이 싸놓은 ‘국민 산성’의 벽에 걸려 여지없이 차단됐음을 실감한다. 과거 군사정권이 북풍으로 큰 재미를 봤던 전철을 재현코자 국민을 볼모로 어리석은 짓을 시도했으나 결과적으로 역풍을 맞아 상처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이제 정부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이고 대대적 국정쇄신을 단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정부 발표가 사실이라는 전제를 하더라도, 무엇 보다 우선 ‘안보’에 빵구를 내고 무고한 56명을 희생시킨 책임자들은 물론, 북풍을 가지고 안보장사를 하겠다던 책임자들이 지체 없이 법에 따라 처벌돼야 한다. 장관 몇 명을 갈아놓고 대대적 국정쇄신이 됐다고 손을 털어선 안 된다.
이번 6.2지방선거를 통해 명백하게 밝혀진 것은 국민이 어떤 형태의 전쟁도 결사 반대하고, 남북이 화합 협력해서 평화와 번영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존중되지 않을 땐 가차 없는 국민의 심판이 떨어진다는 엄숙한 교훈을 가르쳐 준 것이다. 오늘도 서울의 시청광장에서 군복을 입은 ‘애국단체총연합회’ 노인들이 “전쟁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지금 당장 북한을 폭격하자”며 전쟁을 당장이라도 시작하라는 과격한 시위를 벌렸다. 거덜난 안보도, 망가진 경제도 평화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시위가 있어야 정상이련만,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에 눈과 귀를 잠그고 배부른 강부자의 편에 서서 국정 운영을 함으로써 얼마나 비참한 결과를 초래했나를 방금 목격하지 않았는가. 국민의 엄중한 경고를 정중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빠르면 빠를수록 정부 여당을 빨리 살리는 길이라고 확신한다.


이흥로 / 클락스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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