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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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에 ‘봄바람’ 분다

2010-05-0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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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서서히 회복을 향해 시동중이다. 각 기업들이 기대 이상의 실적 발표를 쏟아내고 주식시장도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미국 경제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주택시장의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서서히 무르익어 가고 있다. 주택시장만 회복국면으로 접어들면 미국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가장 최근 주택시장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을 보면 주택시장의 ‘V’자 회복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가격 하락이 멈추고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것인데 이밖에 최근 주택시장의 여러 상황을 짚어보고 향후 회복 가능성 진단해 본다.


기존주택 거래 16%·신규주택 26% ‘껑충’
건설업체 경기회복 확신… 3월 착공 20% 늘어
매물 재고 기간 크게 줄고 구매여건도 좋아져


◇ 기존 주택 거래량 급증


최근 주택시장 관련 소식 중 가장 반가운 것은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전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지난달 22일 발표에 따르면 3월 중 기존주택에 대한 거래량이 전달보다 무려 6.8%나 증가했다. 거래량은 연율 약 535만채(계절 조정)로 2월보다 약 35만채 늘었고 2009년 3월보다는 무려 16%나 급증한 수치다. 4월30일 최종 마감되는 주택구입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받기 위한 주택 구매 수요가 3월 주택 거래량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NAR 측은 2월 중 늦겨울 폭우로 주택 구입을 미뤘던 수요가 3월로 몰려 주택 거래가 증가한 것으로도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조사 결과로 미뤄볼 때 세제 지원이 마감되는 4월 한달 동안에도 주택 거래가 줄지 않았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방 정부의 인위적인 주택시장 부양 정책이 동면중인 바이어들을 깨워 주택시장으로 불러들여 거래량을 부추긴 것은 확실하다.

주택 거래가 활발해지는 여름 방학철을 앞두고 거래량이 늘고 있다는 것은 주택구매 심리를 더욱 자극하는 모멘텀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주택 거래 증가 발표가 향후 주택시장의 본격적인 회복세를 이끄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주택시장 회복이 머지않은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한편 3월 중 거래된 주택의 중간가격은 약 17만달러로 2009년 3월보다 약 0.4% 상승했다. 전체 거래 주택 중 약 35%가 숏세일 또는 차압에 의한 급매성 매물로 조사됐다. 단독주택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 3월 중 거래된 단독주택의 수는 약 468만채(계절 조정)로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3%나 늘었다. 3월 한달 동안 콘도(코압 포함)는 약 67만채가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 신규주택 착공 및 허가건수 증가

3월 신규주택 착공건수도 기대 이상의 호조를 보였다. 연방 상무부의 지난달 23일 발표에 따르면 3월 중 신규주택 착공건수는 연율 약 62만6,000채(계절 조정)로 2008년 1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전달대비 1.6% 상승, 전년 동기대비 무려 20% 상승한 점을 보아도 주택건설 업체들이 공사 현장으로 속속 복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규주택 착공건수는 향후 주택시장의 회복 가능성을 점칠 수 있게 해주는 지표 중 하나로 이번 발표는 매우 고무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당초 로이터통신이 부동산 전문가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는 3월 중 신규주택 착공건수는 약 61만채로 예상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로 인해 향후 주택시장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도 받아들이고 있다. 신규주택 착공건수 증가 발표는 주택시장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에도 매우 긍정적인 발표다. 주택 건축에 따른 고용시장이 활성화되고 건축관련 원자재 업종도 재고 판매를 늘릴 수 있는 기회다.

모기지 신청건수도 13.6% 상승


이처럼 신규주택 착공건수가 늘고 있는 것은 건축 업체들의 주택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전국 주택건설업협회와 웰스파고 은행이 주택건설 업체들을 상대로 실시하는 설문조사를 통해 산출하는 주택시장 지수(HMI)는 4월 중 19포인트로 전달보다 4포인트 상승해 2009년9월 이후 가장 높았다. 주택 경기 회복에 대한 건설업체들의 확신을 바탕으로 신규 주택 건축 허가 신청도 줄을 잇고 있다.


◇ 신규주택 판매량 증가

3월 중 신규주택 판매량 증가는 과히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연방 상무부는 지난달 23일 3월 중 판매된 신규주택은 연율 약 41만1,000채(계절 조정)라고 발표했다. 전달대비 증가율로는 47년래 가장 큰 상승폭인 26.5%로 기록됐고 지난해 7월 이후로도 가장 높은 수치다. 2월중 신규주택 판매량은 겨울 폭풍우와 폭설 등의 영향으로 연율 약 32만4,000채를 기록한 바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당초 3월 중 신규 주택 판매량이 연율 약 33만채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판매량은 이를 훨씬 웃돌아 신규주택 판매 시장에서도 주택 거래가 매우 활발해지고 있음을 입증했다. 수요가 늘자 신규주택의 판매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3월 중 판매된 신규주택의 중간가격은 약 21만4,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 올랐다. 신규주택 판매시장 역시 연방 정부의 세제지원 혜택의 영향을 받아 거래량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별로는 남부 지역에서의 신규주택 판매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부 지역의 경우 전달대비 신규주택 판매량이 약 44% 증가했고, 이어 북동부 지역이 약 36%, 서부 지역은 약 6%, 중서부 지역은 약 3%씩 각각 증가했다.


◇ 주택매물 재고기간 단축

3월 중 주택재고 매물량이 판매되는데 소요되는 기간도 단축된 것으로 조사됐다. 연방 센서스국의 추산에 따르면 3월 중 약 22만8,000채의 신규주택 매물이 시장에 쏟아졌는데 현재 주택판매 소요기간을 감안하면 약 6.7개월 후면 이들 신규 매물량을 해소할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직도 주택시장에 매물이 과잉 공급되고 있는 측면이 크지만 2월 중 재고 기간 9.2개월에 비하면 3월 발표는 크게 개선된 수치로 받아들여진다.


◇ 주택 구매 여건 개선

최근 들어 주택 구매 환경이 그 어느때보다유리한 것도 주택경기 회복에 긍정적이다. 주택구매 여건을 지수화한 NAHB와 웰스파고 은행의 지난해 4분기 주택 구입 용이도(HOI)는 70.8%로 전분기보다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HOI 70.8%는 4분기 중 판매된 전체 주택 중 70.8%가 당시 전국 중간가구 소득(연 6만4,000달러)대 가구가 구입할 수 있는 가격대라는 의미다. NAR가 별도로 산출하는 주택 구입 용이도 역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NAR에 따르면 2월중 거래된 기존 주택의 중간가격은 16만4,300달러로 비교적 낮은 데다 당시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은 4.99%로 역대 최저치에 근접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당시 중간 가구소득인 연 약 6만달러(NAR 집계)대의 가구가 중간 가격대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 월 페이먼트는 전체 가구소득의 약 14%를 차지해 재정전문가들이 권하는 소득대비 페이먼트 비율인 25%보다도 훨씬 낮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두 달 전의 조사라 현재 상황을 정확히 반영한다고 하긴 힘들지만 최근 모기지 이자율 추세를 살펴보더라도 주택 구입 용이도에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연방정부의 모기지 담보부 증권(MBS) 매입안이 예정대로 3월 말 마감돼 최근 이자율이 서서히 오르고 있지만 예상보다는 속도가 빠르지 않다. 4월 넷째 주 전국 평균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은 5.07%로 2월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연방준비은행(Fed)이 3월 말 MBS 매입안을 마감하며 미국 경제가 악화될 경우 MBS 매입안을 통해 언제든지 다시 융자 시장에 개입할 수 있음 시사해 우려했던 급격한 이자율 상승이 융자 시장 내에서 자체적으로 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 모기지 신청 건수 증가

지난달 초 잠시 주춤했던 모기지 신청건수가 중순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도 주택시장에는 일단 긍정적인 신호로 여겨진다.

모기지 은행협회(MBA)의 집계에 따르면 4월 셋째 주 모기지 신청건수는 전주보다 약 1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재무부 채권 이자율이 하락이 모기지 이자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고 이에 따라 조금이라도 더 낮은 이자율로 ‘락 인’(Lock-In)하려는 재융자 신청이 주를 이룬 것으로 풀이된다. 재융자 신청건수만 계산할 경우 신청건수가 전주보다 약 15.8%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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