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피터 팬 신드롬 (Peter Pan Syndrome)

2010-04-30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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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기병 워싱턴 가정상담소

피터 팬(영원히 늙지 않는 어린이)은 1904년 작가 J. M. Barrie가 쓴 동화의 제목으로 오늘날 까지도 어린이에게 널리 읽혀지고 있다. 이 동화는 연극, 영화의 형태로 다양하게 각색되어 대중에게 소개되었다. 특히 1953년 월트 디즈니에서 만화 영화를 통해 대중의 인기를 끌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 동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불어 넣기 위한 이야기만 아니다. 그 이면에는 작가가 자기가 경험했던 것과 20세기 초반의 영국 사회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이 중에 피터 팬이 지니고 있는 심리적 현상을 포착하여 미국의 심리학자인 D. Kiley가 1970년대 성인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른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무책임하고 의존적인 현상을 피터 팬 신드롬(Peter Pan Syndrome)이라고 명명하면서 심리학이나 상담학에서 널리 사용되는 용어가 되었다.
이런 인간의 특성은 무책임감, 강한 의존성, 자기애적 경향(narcissism), 불안, 또는 고독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머니로부터 벗어나지 못하여 이성 관계에 문제가 많고 대인관계도 의존성이 강하여 믿음을 주지 못해 외톨이가 되고 자기가 무엇이든 잘 할 수 있다는 소아적 상태를 벗어나지 못해 현실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는 특성이다.
사회 경쟁이 치열해지고 직업 갖기가 어려워지는 21세기에 들어와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에서 더욱 심각한 신드롬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이런 청년을 캥거루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부모가 유능한 가정에서 상담하려 할때에 이런 경우가 많다. 하나의 보편적인 예는 부모의 돌봄 하에 명문대학을 나오고 부모의 뜻대로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직장을 가졌는데, 연애를 못해 오랫동안 결혼을 하지 않는 경우다.
이 경우에 왜 귀찮게 책임을 지는 결혼생활을 하여야 하는지 모르고 자기가 가정을 꾸미고 독립적으로 사는 데 자신이 없고 불안하기 때문에 회피하고 싶은 것이다. 다른 예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들어갔으나 적응을 못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해 적당한 다른 핑계로 바로 직장을 그만 두고 집에 들어앉는 경우이다.
심한 경우는 어머니의 의존성이 깊어 결혼했는데 성 관계를 맺지 못하는 예도 있다. 이런 비슷한 예는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는 점이 심각성을 가지게 한다.
나이로 보면 분명 당당한 어른인데, 행동은 이직도 미성숙한 사람, 겉으로는 자존감도 많고 담대한 어른처럼 보이는데 마음은 여리고 쉽게 상처를 받으며 자기 줏대가 없는 사람, 자기가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조그만 한 일에도 불안해하는 사람, 자기가 잘못했으면서 그 잘못의 원인을 다른 사람에게서 찾으려는 사람, 자기가 마치 모든 것을 잘 할 것처럼 떠들다가 일을 맡기면 바로 다른 사람 뒤로 숨는 사람. 이런 어른을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양상되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눈 돌려 보기 바란다.
이런 문제는 분명 부모들에게 있다. 세상이 험하고 불안하여 가능한 한 나의 아이들에게 세상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것이 마치 부모의 역할을 다하는 것처럼 여기는 부모가 많이 존재하는 한 우리 사회는 피터 팬을 양산할 것이다. 이런 피터 팬을 끌어안고 교정해 나가기 위한 사회적 비용은 앞으로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지금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부모들의 각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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