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건설 업체들의 여성 바이어들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이 뜨겁다. 주택건설 업체들의 이러한 노력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주택 경기 침체 끝에 내놓은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다. 하지만 각종 통계를 통해 최근 수년간 여성 바이어들이 주택 시장에서 핵심 구매 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업체들은 ‘친여성’ 디자인의 주택을 속속 선보이는 한편 여성들만을 위한 각종 판촉 행사도 함께 펼치며 여성 바이어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성 바이어 강력한 구매세력으로 부상
건축업계 ‘친여성’ 디자인 개발 잇따라
요가·요리 등 취미생활 위주 마케팅도
◇여성 바이어 강력한 구매집단으로 등장
전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2008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미혼 여성 바이어의 비율은 전체 바이어의 20%로 1995년도 조사 때의 14%보다 크게 늘었다.
주택 5채 중 1채는 미혼 여성의 소유가 됐다는 설명으로 주택시장에서 여성 바이어들의 강력한 ‘파워’를 실감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남편이 있는 기혼 여성의 입김이 주택 구매 결정 때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도 통계자료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부동산 조사기관 스미스-다머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신규주택 구매 때 여성 또는 아내의 의견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경우가 약 91%에 달해 대부분의 주택구매가 여성의 취향에 의해 결정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의 경제침체도 오히려 여성들에게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경제 위기로 인해 주로 남성들이 종사하던 금융업이나 제조업 등의 업종이 크게 위축됐고 이에 경제력을 상실한 남성 바이어들이 주택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는 반면 여성 바이어들은 주택시장에 대거 진입하고 있다.
연방노동청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8년과 2009년 여성 피고용 인구는 약 260만명씩 감소한 반면 남성 피고용 인구는 여성 감소 인구보다 2배가 넘는 580만명이 노동시장에서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경제력을 지탱할 수 있게 된 여성 바이어들이 주택가격 하락의 혜택을 톡톡히 맛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성들의 높은 융자 승인율도 여성들의 주택 구매력을 높이고 있다. 스마트 머니에 따르면 98년 약 37%에 달했던 여성들의 융자 승인 거부율이 2008년에는 23%로 크게 낮아져 여성들이 10여년 전에 비해 융자 받기가 쉬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심을 잡아라’-건축업계 분주한 움직임
증가 추세에 있는 여성 바이어들을 낚아채기 위한 주택 건축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업체마다 이른바 ‘친여성’ 주택에 대한 전문가 육성에 나서고 있고 여성 바이어들만을 위한 마케팅 전략 수립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건축설계 업체인 디자인 베이직사가 운영하는 ‘친여성’ 주택 전문가 프로그램에는 현재 4년 전보다 4배나 많은 70여개 주택건축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이들 업체가 여성 바이어들을 사로잡기 위해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여성의 취향에 맞는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과 여성 바이어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각종 판촉전략이다. 우선 디자인의 경우 싱글 여성들을 위해 관리가 덜 필요한 대신 안전을 위주로 한 디자인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여성들이 수월한 관리를 위해 선호하는 디자인으로는 ‘워크 인 팬트리’라든가 ‘드롭 존 캐비닛’ 등이 있다.
워크 인 팬트리는 출입문이 딸린 식료품 저장 공간으로 문을 닫아 놓으면 밖에서 볼 때 깔끔하게 정리된 인상을 줄 수 있다. 드롭 존 캐비닛은 냉장고 윗부분 등의 공간을 활용해 각종 식기나 주방용품을 저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 여성들이 수월하게 주방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디자인이다.
이밖에도 욕실의 벽면 내부를 터 여성 목욕제품을 수납할 수 있는 캐비닛을 제작하거나 주방에서 선물용품을 포장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대 등을 설치해 주는 등 여성들만을 위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업체들마다 속속 선보이고 있다. 안전을 위한 디자인으로 주택단지를 게이트 단지로 조성해 여성 입주자들에게 안전감을 심어주도록 하고 있다.
여성 바이어들을 위한 마케팅 전략은 더욱 독특하다. 신규 주택을 판매하기 위해 여성들의 취미생활을 적극 자극하고 있다.
마사지 또는 스파행사를 통해 여성 바이어들을 유혹하고 있고 요가, 요리, 보석디자인 교실 등을 개최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폐경기 건강관리 세미나도 개최하며 여성 바이어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최근 주택시장에서 여성들의 구매력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주택건설 업체들도 이같은 추세에 맞춰 친여성 디자인의 주택들을 선보이고 있다.
◇디자인 베이직사가 조사한 4가지 여성 바이어 유형
1. Ms. Kim-‘우리 집은 뭔가 달라야’
김씨와 같은 유형의 여성 바이어가 선호하는 주택은 대개 매우 모던한 디자인이다. 각종 가구들의 선이 깔끔해야 하고 모양도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키친 아일랜드는 대개 위에서 볼 때 사각형 모양인 반면 김씨는 알파벳 ‘J’ 모양의 곡선 형태의 키친 아일랜드에 마음을 사로잡힐 가능성이 크다. 이런 유형의 바이어는 소위 ‘엣지’ 있는 디자인을 선호하는데 대부분 유럽풍의 모던한 디자인들이 이들의 마음을 빼앗는다. 전문직 종사 여성일 가능성이 커 실내에 서재나 작업실 등이 갖춰져 있다면 구매 결정을 쉽게 내릴 것이다. 김씨와 같은 유형은 주택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김씨와 같은 바이어를 돕는 에이전트는 김씨의 약간 ‘까다로움’을 포용해야 한다. 왜 그런 디자인을 선호하는지 절대로 묻지 말고 대신 ‘와우’라고 한마디 해주며 동의하면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 자신의 취향을 방해받고 싶어 하지 않지만 원하는 디자인을 찾으면 돈을 더 지불하고라도 적극적으로 구매에 나선다.
2. Ms. Lee-‘우리 집은 천국’
이씨와 같은 유형의 바이어는 디자인보다는 주택의 기능을 우선시 한다. 대개 가족 중심적이고 가족의 관점에서 주택 샤핑을 하게 된다. 청소가 수월하고, 관리비가 적게 들며 견고한 주택이면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수납공간이 충분하거나 세탁실이 크고 가족들이 시간을 함께 하기에 충분한 공간이 있는 주택을 주로 찾는다. 이씨와 같은 바이어는 주택구매 때 매우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까다로운 바이어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씨와 같은 바이어의 에이전트는 우선 인내심을 갖고 매물 검색에 나서야 한다. 주택 구매와 관련된 유용한 정보나 웹사이트, 또는 신문기사 등을 제공해 이씨의 결정을 측면에서 돕는다. 소개한 매물의 기능적인 측면을 강조해 설명하면서 이씨가 매물에 대한 확신을 갖도록 도와준다.
3. Ms. Park-‘우리 집은 고급스러워야’
박씨와 같은 유형은 주로 주택시공 업체의 평판이나 각종 내부에 사용된 시설이나 자재의 브랜드와 같은 요소에 주택구매 결정을 맡긴다. 이들은 대개 좌우대칭이 균형을 이루는 디자인을 선호하고 손님 접대를 위한 엔터테인먼트 공간이나 ‘고메이’(Gourmet) 주방과 같은 전문가용 주방시설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박씨와 같은 바이어들은 성격이 매우 세심하기 때문에 모든 결정을 스스로 내리려고 한다.
에이전트의 경우 이 유형의 바이어의 질문 공세에 대비해야 한다. 매물 내의 각종 시설이나 기능에 대해 철저히 이해하고 있어야 이들의 질문에 답할 수 있고 일단 이같은 욕구를 충족시켜 주면 이후부터는 거래가 쉬워진다.
4. Ms. Choi-‘무엇보다 관리가 쉬워야’
최씨와 같은 바이어의 유형은 비교적 즉흥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주택 관리를 먼저 신경 쓰기 때문에 주택의 디자인이나 크기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주로 주택의 기능과 편안함, 작은 면적을 선호하게 된다. 특히 주택에 ‘친환경적’인 요소가 있다면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그만이다. 박씨는 격식을 차리지 않는 평범한 디자인을 선호하고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을 갖고 싶어 한다.
최씨와 같은 유형은 쉽게 마음을 바꾸기 때문에 에이전트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별히 마음에 두고 있는 디자인이 없기 때문에 일단 맘에 들어 하는 매물에 계속해서 관심을 갖도록 옆에서 도와야 한다. 주택구매 과정이 복잡하지 않고 한 단계 한 단계 진행될 때마다 만족감을 갖도록 해주면 도움이 된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경기침체 탓에 남성들이 경제력을 잃고 있는 가운데 여성 바이어들이 주택 시장에 대거 진입하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