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 맞은 모난 돌

2010-04-27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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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로 큰돈을 벌어보겠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꿈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직장에 나와 땀흘려가며 노동을 해 버는 것보다 부동산이나 주식에 돈을 던져놓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 챙기는 것은 훨씬 더 쉽고 편해 보인다.

그러나 주위에서 투자를 잘 해 부자가 된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투자로 성공하려면 그 분야에 관해 남보다 많은 지식을 가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기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남들이 뭐라 건 자기의 판단을 믿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결단력도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추는 것은 직장에서 월급을 꼬박꼬박 받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이중에서도 특히 힘든 것이 남들이 다 그렇다고 할 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다. 인간은 분위기의 동물이다. 자기가 볼 때는 분명 이런 것 같은데도 주위 사람들이 모두 저렇다고 하면 거기 휩쓸려가기 마련이다. 천재 중의 천재인 뉴턴은 버블의 원조 ‘남양회사’(South Sea Company)에 처음 3,500파운드를 투자해 100% 수익을 올렸으나 계속 거품이 부풀면서 주가가 더 오르자 다시 뛰어들었다 결국 2만파운드를 날렸다. 최고 부자 워런 버핏이 투자기법을 배운 그의 스승 벤 그레이엄도 1920년대 주식 열풍에 휘말려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 재산의 70%를 잃었다.


여러 사람이 하는 대로 따라가다 망하면 나중에라도 “그 때는 다 그랬다”는 변명의 여지가 있지만 혼자 엉뚱한 짓을 하다 망하면 주위의 조롱과 비난을 뒤집어써야 한다.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고 돈을 전문으로 다루는 펀드 매니저도 마찬가지다. 다 같이 실적이 나쁠 때는 일자리가 보전되지만 소신 있게 남다른 투자를 했다 결과가 나쁘면 월가를 떠나야 한다.

남다른 투자를 하다 실패할 경우는 그렇다 치고 성공하면 어떻게 될까. 주위 사람들은 다 망했는데 혼자만 잘 되면 부러움도 받겠지만 질시와 지탄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인간은 비교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최대 경제학자의 한명인 케인즈는 “남들 하는 대로 하다 실패하는 것이 혼자 따로 놀면서 성공하는 것보다 명성 유지에 유리하다”는 말을 남겼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전설적인 투자가 제시 리버모어다. 1929년 주가 폭락을 예견한 그는 주식을 빌려 먼저 판 후 나중에 되사는 소위 공매도(short) 기법으로 당시 천문학적 액수인 1억달러를 벌었다. 그 후부터 그는 살해 위협에 시달려 경호원을 고용해야 했다. 그러다 투자를 잘못해 불과 5년 뒤에는 파산하며 다시 6년 후에는 “내 인생은 실패작”이란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고 만다.

연방 증권 거래위원회(SEC)가 골드만삭스를 민사 사기혐의로 제소하면서 골드만과 그와 거래해 떼돈을 번 존 폴슨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골드만은 모기지 관련 거래를 하면서 상대방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상대방 신원을 밝히지 않은 것을 사기 행위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 많은 법률 전문가들은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골드만과 폴슨이 욕먹는 진짜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주택 버블 붕괴로 망했는데 이들은 오히려 이를 이용해 큰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폴슨은 주택 거품이 꺼져 집값이 떨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모기지를 갚지 못하면 모기지 채권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 채권가 하락에 대비해 드는 일종의 보험인 크레딧 디폴트 스왑(CDS)을 이용해 자기 회사는 150억달러, 자신은 40억달러를 벌었다. 골드만도 주택 시장 붕괴를 예상해 돈을 번 몇 안 되는 회사의 하나다.

폴슨이 돈을 번 과정을 월스트릿 저널 기자가 쓴 ‘The Greatest Trade Ever’를 보면 그가 어떻게 수백만 개의 모기지와 수십 년 간의 주택 동향을 분석하고 주택 시장이 무너질 때 어떤 방식을 쓰는 것이 최소의 위험으로 최대의 이익을 올리는 길인지 장기간에 걸쳐 연구한 이야기가 나온다. 겉으로 보면 운이 좋아 쉽게 떼돈을 번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쉬운 일은 없음을 알게 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은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닌 모앙이다.


민경훈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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