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기 없는 월요일

2010-04-16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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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샌프란시스코시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고기 없는 월요일’을 선포했다. 월요일에는 식당과 학교 급식에 채소 메뉴를 많이 내놓으라는 권장조치다. 상정했던 이의 말을 빌면 일주일에 하루라도 고기를 덜 먹으면 건강이 좋아질 거란다. 마치 이 썩는다고 사탕 뺏는 어른 같다. 그러나 고기를 덜 먹음으로써 좋아지는 것은 지구의 건강이다. 그 혜택도 우리 자식들이 누리게 된다.

한 달 전 틱낫한 스님의 환경 책 번역을 마쳤다. 책을 옮기면서 도저히 끼니마다 고기를 먹을 수가 없었다. 접시에 담긴, 육즙이 자르르 흐르는 먹음직스런 스테이크는 고향 땅 영숙이네 열 마지기 논이었다. 분위기 내던 술 잔 속에는 철수네 밭이 찰랑거렸다.

식품농업 국제연합의 2006년 발표에 따르면 가축용 축사가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온실개스 배출의 4분의1이 고기 먹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축사와 도살장에서 나온 오물은 세계 수질오염의 주범이다.


우리가 키우는 수백만톤 곡물도 사람이 먹으려는 것이 아니다. 곡식은 소에게 주고 인간은 그 고기를 먹는다. 곡물은 밥이 아닌 술이 되기 위해 재배된다. 2000년도 미국 옥수수재배 협회가 80%는 축산, 양계, 양어를 위해서 소비된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고기 먹기는 내 살 먹기가 된다. 머지않은 미래에 지구의 상태는 우리가 놀던 정겨운 초록별이 아니다. 결국 자식들의 안식처를 내 손으로 부수고 있는 셈이다.

오늘 또 다시 풀 다듬느라 저녁준비 시간을 서두르게 생겼다. 그래도 좀 더 이 문명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면 하찮은 나의 시간쯤은 투자해 봄직하다


안희경 / 번역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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