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무리 내돈 내고 하는 광고라지만

2010-04-14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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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난다 이승만, 알고 있다 아이젠, 잘 돌아간다 장개석, 못 돌아간다 모택동, 사치기사치기 사뽀뽀, 이다음엔 내 차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줄넘기 놀이하는 누나 옆에서 줄잡아주면서 뜻도 멋도 모르면서 같이 불렀던 50년 전의 이 노래를 세계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다시 들으려니 참으로 씁쓸한 기분이다.
그 어릴적엔 잘 몰랐었다. 1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할아버지가 어떤 분인지를, 그리고 한참 후에야 그 할아버지 지폐가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어렴풋하게 중고등학교 때에 3.15부정선거, 대통령 하야, 하와이 망명, 좀 더 지나서 “자유와 정의는 우리의 생명” 4.19때 불렸던 학생들의 외침을 알게 되었고,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 인구에 회자되었던 그 유명한 아부꾼들의 존경과 선망을 함께 받았던 그분이 그분인 것을.
2~3년 전부터인가 슬금슬금 역사의 뒤안길에서 그냥 묻혀서나마 편안할 위인을 일으켜 세우지 못해 안달이 난 훌륭한 분들이 워싱턴에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조국의 대통령이 방문하는 시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대한민국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내용을 담은 광고를 수개의 동포신문에 칼라 프린트로 수일에 걸쳐 게재하고 있는 바, 내용을 보게 되면 기가차서 말문이 막힌다.
4.19는 북한의 김일성이 직접 지휘한 대남공작으로 호도하여 헌법 전문에 나와 있는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를 부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 대통령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고 그러므로 관계기관에 이승만 대통령 동상건립을 지시하라고 버젓이 겁박을 주고 있다. 차라리 환영한다고 인사를 말던지. 1960년 4.11일 실종된 지 27일 만에 최루탄이 눈에 박힌 채 시체로 마산 앞바다에서 발견되어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던 김주열군이 1944년생이고, 이명박 대통령이 41년생이니 신문을 집어 든 대통령의 생각은 어떠할 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가 없다.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는 사실로서의 역사와 역사가의 해석으로서의 역사가 존재한다’고 말한 E. H. Carr의 유명한 역사방법론을 들추어 내지 않더라도 해석이야 자기 멋대로 하고 자기 돈 내고 하는 광고에 자기 생각껏 작심하고 누가 뭐라든지 광고할 순 있다손 치더라도 이건 좀 지나쳐도 한참이나 잘못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거기에 기명된 몇몇 분들에게 시간이 주어지면 한 번 정중하게 여쭤 볼 생각이다.
자기 땅 조상묘에다 비석 세우는데 뭐랄 사람 어디 있겠는가만 여기서 하필 재작년 한인독립운동사에 조예가 깊으신 관계자분이 부임하여 서부의 도산 안창호 선생 동상에 견줄만한 동부의 서재필 박사의 동상건립을 수많은 동포들의 기금에 의해 건립된 걸 갖고도 시비로 끌어 들인다.
100원짜리 지폐속의 할아버지가 ‘나 아니면 안 돼!’식의 고집으로 매사에 타협이 없고, 자기 자신이 항상 먼저여야 그 다음 일이 처리되었다던 정부수립 초기의 고충과 난맥이 뿌리내린 게 우연은 아니었구나 확인하는 크나큰 수확을 이번 광고로 재삼 확인케 되었다.
워싱턴에 있는 주미 필리핀 대사관 앞에 마르코스의 동상이 건립되고, 독일 대사관 앞에 히틀러의 동상이 건립되는 것이 마땅한지 생각해 보기를 다시 한 번 간청하는 바이다.
그리고 워싱턴의 한인들이 밥만 먹고 숨만 쉬고 산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 지, 물론 환영하는 사람들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강창구
베데스다,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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