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백 교수님을 추모하며
2010-04-09 (금) 12:00:00
국어 교육자 난대(蘭臺) 이응백 서울대 명예 교수님이 최근 87세를 일기로 별세하셨다. 얼마 전 서울대 국어교육과 동문회는 학과 창설 6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자랑스러운 국어 교육인’으로 이응백 교수님을 선정한 바 있다.
교수님은 평생을 초지일관 국어 교육에 헌신하신 분이었다. 맑고 분명한 발음, 적확한 어법, 세련된 표현, 청산유수 같은 말솜씨는 교수님만의 특별한 매력이었다.
그리고 해박한 학문과 심오한 철학적 바탕에서 우러나오는 교수님의 강의는 항상 진지하고 인상적이었다. 우리글에 대한 열정은 남달랐다.
국어 교육연구회를 설립하여 40여년 간 회장직을 맡아오면서 어문교육의 정상화와 일선 국어 교육계에 이바지한 바가 참으로 크다. 교수님은 올곧은 성격에 덕망이 높은 선비형 교육자였다
무엇보다도 국한문 혼용 추진에 적극적으로 앞장서 왔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관공서 문서와 도로 표지판에 한자와 한글을 함께 적을 수 있도록 그 성과를 얻어냈다. 우리 국어 교육에서는 한자를 반드시 함께 가르쳐야 비로소 낱말의 의미와 사용법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년 전 동문인 유니언교회 이정근 목사님과 함께 LA에서 은사님을 뵈었을 때만 해도 아주 정정하셨는데 역려과객의 우리 인생이 무상할 뿐이다. 그때도 펌프에 처음 넣는 ‘마중물’과 선인들이 무더운 여름날 마당에 뿌려 더위를 식히던 ‘나비물’을 예로 들면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역설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더구나 내 결혼식 때 은사님의 주례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서 맴도는데 서글픈 마음 금할 길 없다.
은사님은 스스로 한 편의 수필 같이 멋진 인생을 살고 가셨다. 그 인생의 수필은 두고두고 그리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를 뭉클하게 하는 감동의 여운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존경하는 은사님! 삼가 명복을 빕니다.
고영주 /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