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디에 묻힐까?

2010-04-02 (금) 12:00:00
크게 작게
아이의 유치원 친구인 엘리노어를 내 차에 태웠다. 싱글 맘인 엘리노어 엄마가 대학 수업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날따라 프리웨이가 꽉 막혔길래 오른편으로 공동묘지를 끼고 돌아 나왔다.

한 달 전 할아버지를 여윈 여섯 살 엘리노어가 묘지라고 먼저 아는 척을 했고 다섯 살, 여섯 살 아이들이 죽음을 이야기 하게 됐다.

나는 아이들에게 대답했다. 이 몸의 생명이 다 하면 어떤 사람은 지구 속에 몸을 넣고 쉬기도 하고 어떤 이는 태워서 가루가 되어 공중에 뿌려지기도 한다고. 그럼 공기 속에서 함께 지내다 바람 따라 훨훨 날아간다고. 엘리노어는 자기도 바람 따라 소풍가고 싶다고 했다.


미국에 와서 아이 낳고 키우면서 어디에 묻혀야 하나 생각했었다. 이미 장기 기증은 했고, 전부터 화장을 해야 한다고 마음먹고 있었지만, 아이들한테 좀 아쉬움을 줄 것 같았다. 그러다 우연히 LA근교 태고사에 수목장이 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샌타크루즈에 있는 ‘Land of Medicine Buddha’의 영가탑을 보며 이곳도 괜찮겠다 싶었다.

많은 서구인들이 화장을 한다. 스웨덴의 경우는 90% 이상 화장을 하는 장묘문화가 되었다고 한다. 절친한 나의 멘토인 독실한 장로교인 린다도 본인은 화장을 택했다고 말했다. 갈 자리를 정하고 나면 좀 더 인생을 가뿐히 소풍왔다 가듯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안희경 / 번역작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