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눈
2010-03-30 (화) 12:00:00
지각 끝에
두 손 들고 복도에서 벌을 서던
내 몸에 꽃망울이
생길 듯 말 듯 그럴 때
난감한
일제히 쏟아지던
여학생들의
눈,
눈,
눈,
김영수 (1947 - )
시조처럼 짧은 글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서, 시인은 의도적으로 한 단어가 다중의 의미를 갖도록 고도의 기술을 종종 부리곤 한다. 이 시에서 여학생들의 눈은 나뭇가지에서 움트는 희망의 눈을 떠올리게도 하고, 따뜻한 날씨 때문에 왔다 하면 일제히 쏟아져 내려 난감하게 만드는 봄눈을 생각하게도 한다. 그러나 3월의 눈은 어떤 눈이든 겁내지 않아도 된다. 이제 겨울은 끝나고, 찬란한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찬 /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