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이티로부터의 서신

2010-03-29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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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는 아직도 지진의 타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도에서 경비행기로 서쪽 40분 떨어진 제레미라는 소도시가 내가 의료봉사를 다녀온 지역이다. 일주일 간 머물면서 한의사 2명이 무려 1,000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했다면 믿을 수 있는 일일까?

전기도 없는 탓에 새벽 닭 우는 소리에 깨어서 조반을 먹자마자 숙소로 밀려닥치는 간질병 환자들, 진료소가 따로 없어서 초등학교에서 쓰는 긴 의자를 일렬로 늘어놓고 한번에 10명씩 앉혀 놓고는 일렬로 침을 놓는 시술은 난생 처음 경험하였다.

해가 떠서 침을 들고 해 져서 침을 놓을 때까지, 소변을 한 번도 볼 새가 없을 정도로 아픈 이들이 몰려 왔다.


환자들의 대부분은 머리에 짐을 지고 다녀서 인지, 목, 허리, 무릎, 발 등이 아픈 환자들이 제일 많았다. 비포장도로를 맨 발로 다녀서 인지 발바닥은 곰 발바닥처럼 두툼하여 행여 발바닥에 침을 놓을 때는 가장 굵은 침으로도 뚫고 들어가기가 어려웠다.

다행히도 나의 스승인 홍성원 박사가 지난 7년간 이 지역에 의료봉사를 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홍 박사는 이지역의 모든 풍토병과 질환을 훤히 꿰뚫고 있어서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을 즉석에서 치료해서 효과를 보게 하는 경이적인 시술을 보였다.

끈질긴 모기떼들과의 싸움은 또 다른 과외활동이었다. 최고의 문명국에서 극빈의 섬나라로의 여행은 많은 것을 보고 깨닫게 해주었다.


유제운 /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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