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벌한 교도소에서 나는 딴 인간이 됐지”
▶ 칸 영화제 대상·올해 오스카 외국어작품 후보
★★★★ (5개 만점)
서푼짜리 젊은 범죄자가 인종 간 대결의식으로 가득 찬 교도소에 들어가 거친 범죄세계의 생존원칙을 몸으로 배우면서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가차 없이 사실적이요 거칠고 또 긴장감 가득하게 그린 프랑스 영화다.
지난해 칸영화제 대상 수상작이자 올해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으로 온갖 범죄자들로 들끓는 교도소 안의 살벌한 모습과 범죄자들의 얽히고설킨 생활상 그리고 약육강식의 범죄세계의 내적 단면도를 확실하고 강건하게 묘사해 2시간반의 상영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이 영화는 범죄는 성공을 가져다준다는 교훈(?)을 가르쳐 준다.
아랍계 청년 말릭(타하르 라힘)은 6년형을 선고 받고 인종 간 갈등이 심한 범죄자들로 붐비는 초만원의 교도소에 수감된다. 영화는 말릭이 여기서 어떻게 생존해 아랍계 범죄자들의 우두머리가 되는가 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그렸다. 그는 처음에 선배 범죄자들로부터 얻어터지고 멸시와 학대를 받으면서 조금씩 이 세계에 적응해 들어간다.
말릭은 코르시칸 갱 두목 세자르(닐스 이레스트룹)에게 호출돼 죽지 않으려면 동료 아랍계 수감자를 살해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내성적이요 수줍음 많고 수동적인 말릭은 이 지시를 받고 고민한다. 그러나 자기가 살기 위해서 말릭은 코르시칸 갱이 가르쳐 준대로 흉기를 사용해 지시를 수행한다. 그가 지시를 받고 살인을 하기까지의 과정에서 긴장감이 터질듯하다.
이 뒤로 말릭은 세자르의 당번이 되면서 아랍계로부터 배신자로 찍힌다. 그렇다고 코르시칸들이 그를 동류로 받아주는 것도 아니어서 말릭은 완전히 세자르의 보호에만 의지한 채 외톨이 신세가 된다.
그러나 살인자가 되면서 교도소에서 한 이름 남긴 말릭은 억척같은 생존력의 소유자로 제대로 읽고 쓰지도 못하면서도 교도소에서의 생존의 법칙들을 숙지한다. 영화는 몇 년에 걸쳐 진행되는데 말릭이 본격적으로 범죄자로서 대성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것은 임시 외출을 통해서다.
그는 교도소 안에서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세자르의 도움으로 모범 수인으로서 단기 외출을 하면서 세자르가 지시한 일들을 행하고 또 적들을 처치한다. 말릭을 도와주는 사람은 그의 유일한 친구인 전과자 리아드.
말릭은 이 외출에서 범죄세계와 인연을 맺으면서 자기 계보를 서서히 구축하고 또 마약 밀매 등 갖가지 장사하는 방법도 터득한다. 그리고 교도소 안에서 이를 이용해 서서히 세를 굳혀 가는데 그의 생존은 마치 불사조의 그것과도 같다.
별 볼일 없던 젊은 범죄자가 자기 보호자를 제치고 세력자로 군림하는 범죄자의 성장기로 강한 역동성을 지녔다(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찍은 촬영이 이를 잘 받쳐준다). 복마전 같은 교도소 안의 세력 다툼과 끼리끼리 간의 충성 그리고 유기체와도 같은 내부 세계의 살아 움직이는 기능이 아주 자세하게 그려져 흥미진진하다. 라힘의 안으로 파고드는 연기와 아레스트룹의 지친 듯 하면서도 냉정한 연기가 돋보인다. 자크 오디아르 감독. 성인용. 일부 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말릭(오른쪽)은 코르시칸 갱 두목 세자르의 심복이 되면서 교도소에서 생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