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정상담소
실직 등 경제위기로
남편 우울증·무기력
부부갈등 상담 증가
“경제 때문에 남편들이 무기력해지는 모습이 안타까워요”
OC 거주 50대 한인 A씨는 최근 한미가정 상담소를 찾았다. 건축업에 종사하는 그는 이민 생활 20여년 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최근의 경제상황으로 인해 자신의 수입이 줄어들었고 급기야 이로 인해 무기력증과 우울증세가 도진 것이다. 급기야 가정폭력으로 이어졌고 부인과 별거상태에 들어갔다.
특별히 A씨는 술은 물론이요 자신의 취미생활조차도 철저히 배제한 채 오직 가족만을 위해 일해 왔는데 갑자기 우울증세가 찾아왔다고 그의 부인은 전했다.
LA 동부에 거주하는 50대 한인 B씨도 최근까지 카운슬링을 받았다.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세 때문이다. B씨는 어바인 모 미국회사에서 숙련공으로 10여년 간 일해 왔으나 최근 불어 닥친 경제위기는 그를 실직자로 몰아갔다. 그로 인해 우울증세가 도져 가족들과의 대화 단절 및 이상행동으로 이어졌으며 결국 가족들은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기 이르렀다. 다행히 B씨는 지난해 수개월간 목회자 및 카운슬러의 도움으로 현재는 완전 회복했으나 그동안 그 가족의 경험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 그 자체였다.
한미가정상담소(소장 유동숙)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경제문제를 안고 있는 남편들의 우울증세로 인한 중년 부부갈등 상담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지니 최 디렉터는 “지난해 경제문제로 인해 무기력증과 우울증을 호소하는 남편들의 상담이 부쩍 늘었다”며 “한인 가정들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히 부부문제가 지난해 한인 가정들의 가장 큰 이슈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한미가정상담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 상담소 전체 상담 의뢰건수 중 부부관계 이슈가 총 355건으로 가장 많았다. 남성 의뢰자수가 88명, 여성 의뢰자수는 267명이었는데 남성 대부분이 경제문제로 인해 심리적 고통 끝에 갈등을 호소했다고 한다.
이낙주 카운슬러는 “부부갈등 상담수 중 70~80%가 경제위기로 인해 생긴 각종 문제였고 남성들의 심리적 고통이 가장 컸다”며 “중년의 위기(mid-life crisis)와 경제 문제가 겹쳐져 고통이 더욱 심화됐다.
한인 남성들은 자신의 문제를 말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문화 속에서 자라 와 문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해결을 위해서는 자신의 약점을 같이 공유하는 것이 최상책”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중년 남성들의 무기력증 및 우울증 방지를 위해 ▲자신의 어려움을 전문가들과 과감하게 상담할 것 ▲남성들이 자신을 위한 시간적·정신적 투자를 늘릴 것(운동, 신앙생활 등) ▲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늘 개방해 놓을 것 등을 권했다.
<이종휘 기자>
한미가정상담소 지니 최 디렉터(오른쪽)와 이낙주 카운슬러가 최근 늘어나고 있는 경제관련 상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