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월을 아끼라

2010-01-11 (월) 12:00:00
크게 작게

▶ 채수희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회한(悔恨)과 아쉬움을 남긴 채 기축(己丑)년도 뒤로 물러가고 어느덧 2010년 경인(庚寅)년 새해가 밝았다.
올 경인년은 호랑이해로 60년 만에 한 번씩 돌아온다는 백호(白虎)의 해로 신령스러운 영물로 여기는 백호의 기를 받아 만사가 순조롭게 형통되길 기대해본다.
생각해보면 ‘ 새해 ‘ 라는 말처럼 신선하고 두려운 말이 어디 있으랴. 인간은 살아가면서 자기만의 살아온 인생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나이가 될 무렵 그동안 얼마나 소중한 것들을 잊고, 감사함을 잊고 살았는지 깨닫게 된다.
새해에는 마냥 거창하고 높지 않더라도 소박한 꿈이라도 가져보자. 인생이 이 지상(地上)에 잠시 머물다 가는 과정(過程)이라면 우리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 것 일까.
나이가 들수록 세월의 속도는 가속도가 붙어 점점 빨라짐을 느낀다. 어느덧 내 나이도 무언가 한 가지를 더 소유하기보다는 하나씩 하나씩 내려놓는 지혜가 쌓여가는 시기인 듯 하다.
새해는 또 생물학적으로 나이가 한 살 더 얹혀지며 깊은 사색속에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도 한다. 대부분 사람들의 삶은 생활에 바빠 주변을 돌아볼 틈 없이 바삐 돌아간다.
지난해는 유독 세상을 떠난 큰 인물들이 많았다. 사랑과 용서를 강조하며 양심의 거인으로 우뚝 선 고 김수환 추기경,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한 시대를 마감하는 거목(巨木)의 순명(順命)이었다.
온 국민을 비탄과 충격으로 몰아놓은 죽음도 있었지만 국민에게 화합과 사랑의 교훈도 주었다. 어떤 형태에 살던지 생명있는 삶, 그 자체는 너무 소중하다.
강물과 같은 세월의 흐름은 머물지 않고 지나간다. 크고 작은 어려웠던 일, 가슴 조이던 일 등 힘든 기억은 모두 훌훌 털어버리자. 한번 흘러간 강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듯이 지나간 시간도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새해는 지난해 계획했던 일이 얼마나 성취되었나 뒤돌아보고 새로운 계획을 설계하는 시간이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자. 최선을 다했던 일만 생각하고 그 성취를 귀하게 여기고 힘든 기억은 모두 세월의 뒤안길로 떠나보내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은 떠오르지 않는가.
성경 에베소서에는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라는 구절이 있다. 세상은 무한정 살아가는 것이 아니니 믿음과 사랑으로 한정된 삶을 잘 활용하라고 가르친다.
우리 인간에게 가장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 시간이다. 부자와 가난한 자, 배운 자와 못 배운 자 등 지위고하와 귀천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똑같은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시간은 인간을 희로애락(喜怒哀樂)에 빠트려 삶 자체의 목표를 정립(正立)해 주기도 하고 흐지부지 흘려버리게도 한다.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 내 인생이 전진하고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생각에 잠길 때가 많다.
이제는 인생의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다. 늘 오늘이 인생의 전성기라고 생각하며 범사에 감사하며 새해를 시작하고 싶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