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찬 눈보라 몰아치는 황량한 벌판에서
가지마다 지친 외로움을 고드름처럼 달고
우두커니 홀로 서서 지나온 세월을 보고 있다
죄스럽고 한스럽고 부끄러운 지난날의 과오는
온 몸 곳곳에 아물지 않는 삭정이 부스럼 되어
밀물처럼 달려드는 냉기가 내 몸을 훑고 지나가면
파고드는 시린 아픔에 몸을 뒤틀며 괴로워 한다
나는 가슴을 치며 먼 산을 보며 울부짖는다
나를 내치는 세찬 눈보라는 언제나 멈추나요
나를 괴롭히는 삭정이 부스럼은 언제나 아물까요
나의 황량한 벌판에 뿌릴 꽃씨는 어디 있나요
이제는 신물나는 이 추운 겨울은 언제나 끝날까요
폭풍 같은 분노가 썰물처럼 빠져 나가면 나는 중얼거린다
세찬 눈보라에는 고개를 숙이고 몸을 낮추면 될 것이고
삭정이는 시간이 가면 몸체에서 떨어져 나가게 돼 있고
꽃씨는 봄이 오면 희망의 파랑새 무리가 물어 올 것이고
추운 겨울은 봄의 길목에 서있는 나를 시샘하는 거겠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