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무는

2009-12-18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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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행원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자
나뭇잎을 바람의 손을 빌어
대지에 공손히 되돌려 주었다

나는 도반들과 동안거에 들어가
겨울내 다소곳이 앉아 숨결을 고르며
영혼에 묻은 때를 벗겨 내야 한다

내면 깊숙이 켜켜이 쌓인 탐욕과
마음속에 교묘히 숨겨진 교만을
영혼의 집에서 몰아내고 말리라

나는 고통의 동안거가 끝나는 날
해맑은 동자승의 환한 얼굴로
언 마음을 녹이는 봄의 전령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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