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처 기술 ‘공격’

2009-11-27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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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에밀리 가정상담소

모든 사람은 나름대로 터득한 대처기술이 있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상황과 사건들이 크든지 작든지 우리로 하여금 어떠한 반응을 하게 만든다. 반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문제가 해결 될 수도 있고,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교통사고가 날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들면 순간적으로 생기는 두려움 때문에 즉각적으로 반응을 하여 사고를 피하고자 하는 것은 건강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두려운 상황 앞에서 몸과 생각이 갑자기 굳어져서 아무 것도 못하는 반응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위험한 순간을 피하지 못해서 사고가 발생하고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것은 해로운 대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많은 사람이 건강한 반응보다 해로운 반응을 더 많이 보고, 배우고, 행동하는 것이다. 분노와 두려움과 불안감과 억울함과 무기력함은 참고 견디기 힘든 감정들이다. 이러한 감정이 발생하게 하는 상황이 있을 때 순간적으로 생각할 틈도 없이 바로 자동적으로 반응하고 자기 방어를 한다. 그렇다고 반응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반응이 전혀 없는 사람은 자폐증 성향이 있을 수 있고 종교적으로 굉장히 깊은 단계 들어간 사람들도 있다. 이 글에서 전달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어떻게 반응을 하느냐에 따라 그 뒤에 일어나는 일들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한 반응이 무엇인지 알고 행동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무척 감정적이고 성격 급하다는 것을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미국 사람은 한국말을 몰라도 ‘빨리, 빨리!’는 알고 있다. 물론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성격 급하니까 일은 인정받을 만큼 효율적으로 너무 잘하고, 감정이 풍부해서 다른 민족이 없는 따뜻한 ‘정’이 있어 가족처럼 서로를 보호한다. 이것은 다른 민족도 배우고 닮으면 너무 좋은 한국인의 자랑스런 특징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격 급하고 감정적인 것이 스트레스를 많이 갖게 하는 상황에서는 너무 해롭게 드러나게 되는 것을 많이 볼 것이다. 한국 사람들의 반응은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편이다. 말이나 행동으로 상대방을 공격해서 자신의 나쁜 감정을 해소하려는 경우가 슬프게도 너무 많다. 공격적인 말과 행동이 주로 두 가지 이유로 일어난다.
첫째로 우리가 사람(특히 가족)을 대할 때 인격적으로 대하기보다는 힘과 권리로 상대방을 누르고 자신의 생각과 뜻 아래 복종시키려는 것이 너무 익숙해져 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독특한 생각과 의견과 성격이 있다. 그들의 생각과 성격이 꼭 상대방의 생각과 자신의 성향을 맞춰야 된다는 법은 옳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내가 맞고 내가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도 나를 따라야 된다고 은근히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아내나 남편, 특히 자식이 나를 따르지 않으면 무시당한 느낌이 들면서 화가 나니까 상대방의 인격을 공격하는 말로 반응하고 어떤 사람은 행동으로 옮겨 교육이 아닌 폭력이 된다. 공격적인 말이나 행동은 상대방에게 상처만 주기 때문에 나중에 관계 문제가 생기고 결국은 그들은 자신이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한다. 공격적인 반응은 100% 잃는 상황이 된다.
공격적인 말과 행동이 나오는 두 번째 이유는 자신이나 남이 실수할 때, 특히 자신에게 피해가 있을 때 일어난다. 상대방이 실수하면 그 실수에 대하여 대화하면서 풀기보다는 그 사람의 인격을 공격하기가 쉽다. 우리 한국 사람은 완벽한 것을 자주 요구한다. 우리 자신도 완벽하길 원하기 때문에 실수하면 우리 자신을 학대한다. 완벽했으면 좋겠으나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 한 명도 없다. 누구나 실수하면서 산다. 실수를 했을 때 그 실수 때문에 자신과 남을 공격하는 것은 참 어리석은 반응이다. 그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화가 난다고 그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어린아이와 비슷한 수준의 반응이다. 인격을 존중하는 대화로 상한 감정과 잘못한 부분들을 풀어 나갈 수 있는 것이 성숙한 어른의 모습이며, 건강한 대처 기술이고, 우리를 보고 있는 자녀들을 위한 최고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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