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실패를 두려워 말라

2009-11-25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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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블랜드 인디언즈 소속의 야구선수인 추신수는 한국계 선수로는 드물게 공격과 수비가 강한 선수다.
연봉이 1,800만불이라는 일본계의 이찌로 스즈끼 선수만은 못하지만, 추 선수의 금년 타율이 3할대를 웃돌고 있다는 것은 메이저 리그에 진출한지 얼마 안 되는 선수로는 매우 경탄할 만한 일이다. 야구에서 3할대의 타율을 가진 선수를 강타자라고 하는데, 이것은 다시 생각해보면 열 번 칠 때 일곱 번은 실패한다는 말이다. 만일 야구에서 성공하는 세 번 대신에 실패하는 일곱 번에 초점을 맞춘다면 야구에서 말하는 강타자는 결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실패보다는 성공을 원하지만, 실패하지 않고 성공에 이르는 길은 없다. 실패가 무서워서 무슨 일을 못한다면, 이 세상에 성공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작품으로 1960년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사뮤엘 베케트’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했다. “Ever tried(시도 하다가), Ever failed(또 실패 했는가), No matter(괜찮다), Try again(다시 실행하라), Fail better(그리고 더 나은 실패를 하라).
경제가 어렵다고 사방에서 아우성이다. 사실 우리가 실생활에서 느끼는 체감 불황은 동포 사회가 더 심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어렵다고 주눅이 들어서만은 안 된다. 무엇인가를 하려고 노력할 때만, 무엇인가를 얻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려서 좋아하던 연
띄우기 놀이에서 우리는 삶의 철학을 배울 수 있다. 연은 바람을 타고 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연은 바람을 거슬려 역풍을 맞을 때 솟아오른다.
얼마 전 이곳 경기가 나빠서 한국으로 영구 귀국이라도 해야겠다는 어느 분에게, 대한민국이 포기하는 자의 천국이 아니라고 이야기 했다. 지금 세계적으로 퍼진 깊은 불황의 늪에서 가장 먼저 빠져 나오고 있는 한국이라고 해도 이곳보다 더 경쟁이 심하고, 더 일을 많이 하는 곳이다.
우리 둘째 아이와 모국 방문을 하고 온 우리 집 사람의 말에 의하면 자기 친구들의 자녀들이 부러워하는 것은 우리 아이가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것이 아니라 일 년에 4주의 유급휴가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미국은 아직 여유가 있다. 7000선 밑으로 내려가 자기가 가진 주식 재산이 반 토막이 났다고 울상이던 닥터 김도 요즘은 표정이 매우 밝다. 다우 지수가 10,000을 돌파해서가 아닐까?
어쩠든 우리의 삶은 직선이 아닌 굴곡이다. 좋을 때가 있는가 하면 나쁠 때도 있고, 낮을 때가 있는가 하면 높을 때도 있다. 우리는 어느 전투에서는 패하더라도 인생이라는 전쟁에서 승리하면 된다. 한때는 뼈를 녹일 것 같은 아픔이나 어려움이라도, 지나고 나면 그것마저도 가끔은 그리워질 때가 있는 것이 인생이다.
기다리며 인내해보자. 이제 경기는 좋아지는 일만 남았다고 한다면 나만의 지나친 과대망상일까?

이세희
세종장학재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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