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나의 손
2009-11-20 (금) 12:00:00
내 두 손은 200살 먹은 사람 손 모양 주름투성이에 푸른 정맥 줄이 손등에 미국의 고속도로같이 뻗어 있다.
하루는 남편이 내 손을 잡아 보더니 “손이 왜 이래? 이게 뭐야, 당신 나한테 시집와서 고생했소” 하며 잡았던 내 손을 내게 도로 맡기고 돌아누워 버린다.
하지만 내 두 손은 내게 있어 충성된 충신들이며 내가 필요 할 때 찬물 뜨거운 물 가리지 않고 물속으로 뛰어들며 여름 겨울을 탓하지도 않는다.
“고생했소” 처음 듣는 그 한마디가 고마워 지난 고생들이 순간 자취 없이 흘러가 버렸다. 어차피 인생은 고난을 위하여 태어난다는 것. 한 손으로 일 할 때가 거의 없고 두 손이 같이 일을 하는 데 아귀 잘 맞는 연장 같이 날렵한 동역자가 되기 위해 서로를 위하여 때를 기다린다.
혹 왼손이 다쳤을 때 왼손 스스로 반창고 하나 못 붙이고 오른손이 달려와 붙여주어야 한다. 요즘 신종 독감으로 손을 부지런히 씻으라고 하는데 내 두 손은 서로 씻어 주느라 바쁘다. 일하기 위해 지어진 나의 오른손, 왼손들일 텐데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는 아무리 쉬운 일도 못 한다. 오른 손가락 끝에 작은 가시 하나 박혀도 힘 센 손이라고 어디든 나서기 좋아하는 오른손인 데도 왼손이 가시를 빼내주지 스스로는 작은 가시 하나 빼내지 못한다.
고운 피부에 오목한 손마디로 매끈하게 흘러간 손은 그 여성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한다. 우리들의 이야기 화제보다 먼저 내 눈 사정은 고운 친구들의 손을 보고 있는지를 그들은 눈치 채지 못한다. 그러지 말라고 내가 나에게 훈계하나 작심 이틀 반이다.
무슨 영문인지 친구들 중 내 손 같이 거칠어져 버린 손은 볼 수가 없고 다 얌전한 손들이다. “손 예쁜 여자하고 연애는 해도 결혼은 하지 말라”하는 일본 사람들 속담이 있다
그 속담 속에 사랑이 중매가 되는 결혼이지만 가정을 위해서는 일 하는 여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비치는 뜻 같다. 아마 손이 예쁜 여자들을 일 안 하는 게으름뱅이로 보는 말인지 모를 일이다.
은행에서 일 하던 내 친구는 돈 찾으러 온 손님이 돈 세는 아가씨 손이 하도 예뻐 돈 찾으러 올 때마다 그 아가씨 창구를 찾아가 돈보다 돈 세는 손 쳐다보며 즐겼다고 한다. 돈은 나중에 세어보고 손이 예쁜 아가씨는 마음도 예쁠 것 같아 청혼해서 결국 결혼에 성공했다. 마음만 예쁜 것이 아니라 이 친구는 살림도 알뜰하게 잘 한다. 많은 세월 동안 할머니가 된 지금까지 찰떡궁합이다. 내 친구의 경우 일본 사람들의 속담이 빗나갔다.
부엌일이 바빠 허적이는데 물에 젖은 손을 잡아 보자고 응석부리는 남편을 부엌에서 나가라고 내밀면 삐지면서 “나는 당신 손보고 결혼했어” 한다.
짧은 손가락 하나에 마디 두 개씩 있는 것이 감사하다. 창조주 인생 사랑의 열성이시다. 마디 두 개가 있어 물건을 집을 수 있고 잡거나 집는 일은 마디들의 전담 분야의 일이다.
초면이나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친구와 악수할 때 실은 손가락 마디 두개가 있어 사교와 우의의 전달을 할 수 있지, 마디 없이 뻗은 손으로는 악수를 할 수가 없지 않는가?
병원에서 큰 수술을 할 경우 닥터들의 손 움직임을 보면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피투성이 속에서 분초를 가릴 때 기계보다 더 정확하게 닥터들의 생각 따라 열 손가락 마디들이 숨 가쁘게 돌아가며 활동한다. 그리하여 이 세상에 한 새 생명이 태어나는 것이다.
이제 희검어진 피부일망정 손가락 다섯 개 정상으로 통증 없이 쪽쪽 뻗어준 내 손, 모처럼 감사하며 오늘도 주인 시키는 대로 어디든 뛰어 들어가 일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 고마운 내 두 손을 다독인다.
하순득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