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을 素描

2009-11-12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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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주 /워싱톤 문인회

산이 단풍이다
담황색
담홍색 사치하다

수다스런 바람이 숲을 간질이니
사각사각 모두 벗는다

초가 추녀 밑엔 덜 된 수정과
분홍 젖퉁이 들어낸 채
부끄럼 없이 줄지어
아침햇살에 비스듬히 별 바라기 한다


맑은 하늘아래 오색 호수엔
백조 비오리 물새 변모하고
오솔길 갈대숲에
콩새 직박구리 산새 재잘댄다

담쟁이 돌각담 아래 소박히 핀
소국의 수줍음에
가을 남은 햇살 안고
벌떼 분망히 갸웃거린다

우듬지 마지막 잎
신록의 추억에 매달려
등진 바람에 파르르르...
굴러가는 낙엽에 손 흔든다

단풍의 누리
황혼에 넘어 오는 땅거미도 빨갛다
잎잎마다 색깔 연서
산들바람에 연정 들볶는
가을은 연애장이 바람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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