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쉽게 쓴 시

2009-10-22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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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연홍 시인

-기록영화 “영혼열차” (Soul Train)에 부쳐

강을 건너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좌파들은 모른다
죽음을 무릅쓰고 강을 건너
만주벌판에 와서
강 저편의 첩자와
강 이편의 첩자가
병균처럼 우글거리는 마을을 지나
몽고의 사막을 지나
지하로 연결된 영혼열차를 타고
동남아 밀림에 와서 망명을 신청하는 조선사람들

그들은 우파, 좌파를 분별할줄 모른다
그들은 굶어죽지 않을 식량과 최소의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었을 뿐이다


몇백만 달러, 몇천만 달러를 너무나 쉽게 평양 독재자에게 던져주는
서울의 좌파 정권은 그 돈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지도 않다.
그리고 지금도 더 주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그들의 눈은 어두운 겨울밤, 얼어붙은 강을 건너는 불쌍한 피난민들을 보지 못한다
총탄에 맞아죽는 피난민들의 비명을 듣지도 못한다
그들은 영혼열차가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독재자가 쏘아올리는 장거리 미사일이나 핵실험에도 무심하다
그들은 민족이라는 단어만 들어있는 사전 한권을 성경처럼 들고 있고
그 말을 성자처럼 외우고 있다

그들은 불쌍한 난민들이 어느 민족이냐고 묻지 않는다
총맞아 죽은 사람들이 어느 민족이냐고 묻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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