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노벨상”에서는 세계인구의 0.2% 밖에 되지 않는 소수민족 유대인이 어떻게 노벨상 수상자의 22% 이상을 차지하고 있느냐 하는 흥미 있는 주제를 다루었다. 오늘은 이 주제를 역사적인 관점에서 좀 더 심층적으로 다루어 보기로 한다. 이스라엘의 역사는 “고난은 하나님의 가장된 축복이다“라는 말처럼 고난과 시련을 겪으면서 쉬지 않고 반전(反轉)하며 성장해 왔다. 반면에 그들에게 주어진 평안과 안전은 오히려 역사의 정체와 퇴보를 가져왔다. 특히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온 이후 그들의 유일신 신앙은 크게 흔들렸고 민족의 정체성은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이스라엘 역사의 큰 고난은 두 차례의 성전 파괴 사건과 맞물려져 있다. 첫 번은 400년 동안
잘 유지, 보존해 왔던 솔로몬 성전이 기원전 586년에 바벨론에 의해 훼파된 것이고, 두 번째는 기원후 70년에 로마의 디도 장군에 의해 또 다시 파괴된 것이다.
이스라엘이 큰 고난과 시련을 겪을 때마다 반전과 성장의 돌파구가 된 것은 탈무드 아카데미였다. 바벨론에 의해 성전이 파괴되고 나라 안에 있는 젊은 엘리트들이 바벨론으로 포로로 잡혀 갔을 때, 심기일전하여 탈무드 아카데미를 세워 신앙교육에 힘쓰며 민족중흥의 재도약을 준비했다. 야브네 아카데미(Yavneh Academy)는 나중에 로마의 디도 장군에 의해 예루살렘 성전이 또다시 훼파될 때 랍비 자카이(Zakkai)에 의해 설립된 탈무드 학교다.야브네 아카데미가 태동하게 된 감동적 얘기가 있다. 로마의 디도 장군이 강렬하게 저항하는 유대 민족주의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예루살렘을 겹겹이 에워싸고 돌 위에 돌 하나 남기지 않고 훼파하려고 결심했을 때다. 당시 저명한 랍비 힐렐의 수제자인 랍비 요하난 벤 자카이가 죽은 사람처럼 가장하고 관에 누워 철통같은 포위망을 뚫고 성 밖으로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목숨을 걸고 성 밖으로 나간 랍비 자카이는 그 길로 서슬 같은 로마 사령관 디도 장군을 만나 한 가지 담판을 하게 된다. 그 한 가지는 “귀하가 예루살렘 성을 불태우고 성전을 훼파해도 좋다. 그러나 내가 서쪽 해안에 있는 작은 마을 야브네에 가서 학교를 하나 세워 토라와 탈무드를 가르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오” 라는 것이었다. 디도 장군은 랍비 자카이의 청원을 쾌히 허락했다. 자카이가 야브네로 들어가자 동서 사방에서 수많은 학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그는 그곳에서 오전에는 기도와 성경을 가르쳤고 오후에는 실용학문을 가르쳤다. 야브네 아카데미는 랍비 회당학교의 효시가 되었고 이곳에서 탁월한 유대인 두뇌(Jewish brain)을 수없이 배출했다. 비록 나라가 망하고 성전은 훼파되었지만 야브네 아카데미의 부흥으로 말미암아 이스라엘 민족은 2000년 동안의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강하게 살아남았고, 1948년에 성취된 기적적인 이스라엘 독립의 초석이 되었다.
얼마 전에 한 통계를 보았다. 한국에서 미국 아이비리그에 입학한 학생수가 1,500명 정도 되는데 그중에 48%가 졸업을 하지 못하고 증간에 도중 탈락하고 만다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인성 교육이 문제인 것이다. 인성 교육은 곧 신앙교육에서 나온다. 인간은 머리만 키우는 지성 교육만 가지고는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없다. 강한 의지력과 창의력을 키우려면
신앙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젠 우리나라의 학교가 야브네 아카데미를 모델로 삼아 변화할 때가 되었다. 왜냐하면 성경에 입각한 신앙교육이 뒤받침 될 때 탁월한 인재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국에도 야브네 아카데미 같은 민족 학교가 두 개 있다. 하나는 남강 이승훈 선생이 세운 오산학교이고, 또 하나는 전영창 목사가 세운 거창 고등학교다.
오산 학교는 유영모 선생 같은 훌륭한 신앙의 스승 밑에 도산 안창호, 고당 조만식, 한경직 목사, 김교신, 함석헌 등 수많은 애국 지도자를 배출했다. 거창 고등학교는 경상도 변방에 있는 작은 미션스쿨로서 그 흔한 과외나 특별 교육 따위는 아예 없다. 대신 기독교 이념의 신앙교육을 철저하게 가르친다. 그런데 현재 명문대학 진학률이 가장 높은 학교 중 하나로 우뚝 서있다.
이 학교가 학생들에게 권하는 진로는 1. 월급이 많은 곳보다 적은 곳으로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닌 나를 요구하는 곳으로 3. 승진의 기회가 적은 곳으로 4.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곳 보다는 차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로 5.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6. 장래성이 없는 곳으로 7. 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로 8. 사회적 존경을 받을 수 없는 곳으로 9. 부모와 가족이 반대하는 곳으로 10. 왕관이 아닌 고난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는 것이다. 이젠 우리나라도 기술만 벤치마킹 할 것이 아니라 교육도 거창-야브네식으로 벤치마킹하는 신선한 교육 열풍이 불었으면 좋겠다.
김창만 목사 <온누리순복음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