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용 서

2009-10-14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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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목사님이 자신의 외아들을 살해한 살인범을 용서하고 그 범인을 아들로 삼고 훌륭한 사람으로 만든 미담이 한국 곳곳에 퍼져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기억이 난다.
어떻게 하면 그런 자비를 베풀 수 있을까? 오랜 동안 생각을 해 보았다. 예수님 사랑을 본받아 그대로 실천에 옮기신 목사님이 아니실까 하고.
세계 여러 곳에서도 그와 비슷한 미담이 있음을 어느 책에서 본 기억이 난다.
옛날 아라비아에 추장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밤 창문을 요란히 두드리는 나그네가 있었다. 떨며 쫓기는 모습인 그 나그네는 하룻밤 자고가기를 간절히 청했다.
마음씨 착한 추장은 서슴지 않고 어서 들어와 쉬고 가라며 이 방안에 있는 모든 것을 필요하면 모두 네 것처럼 마음 놓고 사용하라고 했다. 나그네는 추장의 따뜻한 대접에 크게 감동을 받고 하룻밤 잘 쉬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감사의 뜻을 표하고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하고 떠나려는데 필요할 때 쓰라며 돈도 주고 쫓기는 몸이니 뒤뜰에 있는 말도 한필 준비해 놓았으니 타고 가란다.
이 나그네는 추장의 이 같은 넘치는 베풂에 감동되어 자기 마음속에 죄를 고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서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었다. 내가 당신의 아들을 사고로 죽인 사람이다라고. 그런데 이렇게 극진히 보살펴 주시고 사랑해 주시니 양심상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라고 흐느껴 가며 용서를 빌었다.
이 모든 것을 추장이 들으면 그 자리에서 죽여도 달게 감수 하겠다는 마음까지 갖고 서 있는데 추장은 어깨를 어루만지며 “고개를 드세요, 나는 당신을 훌륭하게 생각하니 이 황금을 더 가지고 떠나시오. 당신은 죄를 지은 사람일지라도 솔직하게 털어 놓고 뉘우친 사람이니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어서 길을 떠나시오”라고 말했다.
나그네는 그 추장의 용서에 감동되어 평생을 성실하게 살았다는 책속의 이야기는 나도 평생을 살아오면서 가끔씩 떠올라 내 생활에 큰 도움이 될 때가 많다. 큰 사랑으로 남을 이해하고 용서한다는 것 그리고 물질로 베풀기까지 하면서... 주위 모두가 이러한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면 따뜻한 사회, 빛나고 아름다운 세상이 되어 모두가 행복해지지 않을까?

이영희
훼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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