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름다운 이야기들

2009-10-09 (금) 12:00:00
크게 작게
치과 의료 봉사의 소중한 기억들을 담은 유승호 장로의 자서전 ‘그리움이 눈 되어 내리는 아름다운 이야기들’ 출판 기념회에 초대를 받아 격려사를 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을 여러 번 읽고 읽으면서 참으로 많은 감동을 받았다. 부모님의 신앙을 본받아 어려서부터 기독교인이던 유 장로는 서울대학 치과대학에 입학하여 치과대학 기독학생회장과 기독학생연합회장을 역임하고 한국 농어촌 선교회장과 베데스다 의료 선교회 회장으로 봉사하는 등 무려 45년을 의료 봉사에 헌신해 온 귀한 분이다.
특히 유 장로님의 자서전의 특이한 점은 무려 250장이 넘는 사진을 그때그때의 기억과 추억을 더듬어 배열해 놓고 그 시절의 찡한 감동과 가슴 저미게 한 이야기를 빠짐없이 적어 놓았다. 사실 사진은 오래 지나가면 간직하기도 어렵고 버려지기가 쉽지만 책 속에 담아 이렇게 남겨 놓으니 한 권의 책과 더불어 오랫동안 보존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때 유 장로의 자서전은 자서전의 한 장르를 개척한 것 같아 치하를 드리고 싶다. 사진을 보니 년도가 뚜렷이 적힌 부친의 일본 대학 시절, 모친의 이화대학 졸업 사진, 그 분들의 결혼사진을 비롯해서 유 장로의 백일 사진, 부인의 처녀시절, 그리고 결혼과 신혼 여행 군의관 시절, 두 자녀의 어린 시절, 장성한 때의 사진, 특히 음악 박사학위를 받던 날 딸의 사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치과 의사가 된 아들의 하버드 대학 치과대학 시절과 졸업 개업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사진과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자서전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한국의 서포리교회, 노산 초등학교, 여수 애양원, 소정마을 영종도, 강원도 안인, 금산 남이면... 남미, 페루, 파라과이, 과테말라와 모스크바, 감비아, 벨리즈, 싱가포르, 중국 운남성 등의 사진이 봉사의 기록들과 함께 실려 있으니 이보다 더 자상하고 확실한 자서전이 또 어리 있을까. 자서전으로는 참으로 일등감이다.
유 장로는 이런 말을 책 속에서 하고 있다. 진료실에서 그 많은 세월 동안 환자를 치료해 왔지만 기억나는 환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1960년 초반부터 해 온 무의촌 의료 봉사 활동은 나의 기억 속에 명료히 남아 있다. 그렇다. 그리스도인의 일생에서 남는 건 주님을 위해 일한 것뿐이다. 나이를 먹어갈 수록 더욱 선명하게 남을 것이라고는 오직 주님을 위해 일한 것뿐이리라. 유 장로님의 훌륭한 자서전이 나오기까지는 아내 김영희 권사님의 뒷받침과 숨은 희생이 있었다.
그는 그가 봉사하던 적십자사 회지에 기고하기를 ‘봉사’는 내가 행치 않은 때 먼 거리에 서 있게 되고 내가 마음과 몸으로 행할 때 가장 가까운 나의 삶의 가치를 터득하는 교육의 훈련장이며 진주보다 귀한 빛나는 것임에 틀림없는 사실이다. 봉사는 결코 사치스런 목걸이가 아닌 진정한 삶의 표현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어느 새 단풍이 지고 낙엽 되어 떨어지고 나면 곧 함박눈이 어김없이 또 내릴 것이다. 자서전에 보니 아버지를 이어 치과의사가 된 아들 크리스가 이미 아버지처럼 벌써 여러 번 의료 선교를 다녀왔으니까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아마 눈처럼 또 쌓여 ‘그리움이 눈이 되어 내리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대를 이어 계속 쓰여 질 것을 기대해 본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