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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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풍전등화 속 한국어반 등록생

2009-10-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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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날기획 : 뉴욕·뉴저지 한국어 프로그램 어디로 가고 있나?

뉴욕·뉴저지 공·사립학교 한국어 프로그램이 최근 큰 위기에 봉착했다. 등록생도 갈수록 줄고 매년 가을마다 개학을 앞두고 폐강 위기에 직면한 한국어반 소식이 넘쳐나는가 하면 학교와 한인학부모들이 학급 유지를 놓고 줄다리기하기 일쑤다. 이에 본보는 이달 9일로 제563돌을 맞는 한글날을 앞두고 뉴욕·뉴저지 한국어 프로그램 발전 저해 요인들을 점검하고 발전 방안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①풍전등화 속 한국어반 등록생
②학급 개설 및 발전의 장애물과 한계
③잠수 탄 관련 기관과 교원 양성 프로그램
④한인사회 과제

본보 집계 결과, 2009~10학년도 가을학기 기준 뉴욕·뉴저지 공·사립학교에 개설된 한국어 학급은 20여개에 불과하다. 등록생 규모도 500여명을 겨우 웃돌 정도다. 3년 전 뉴욕에서만 최소 25개 학급에 700여명에 가까운 한인 및 타인종 학생이 한국어를 배우던 때와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올 가을학기 들어 아예 한국어반을 폐지한 곳도 상당수다. 뉴욕시에서 한인 재학생이 가장 많다는 벤자민 카도조 고교는 한인 이민자 학생도 줄었지만 2년 전 타인종을 상대로 개설한 한국어 초급반도 올해 수강신청자가 13명에 불과해 정원 미달로 폐강됐다.


브롱스 JHS 142 중학교는 최근 2년간 타인종 재학생 300여명이 매년 한국어를 정규과목으로 수강했지만 올해는 ESL 강화 정책을 이유로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JHS 142가 연방정부에서 지원받은 기금으로 지난해 한국어반을 처음 운영했던 PS 68 등 인근 초등학교들도 한국어반 담당교사의 정교사 자격증이 문제가 돼 중단된 상태로 대안책을 마련 중에 있다.

브롱스 트루만 고교도 지난해 뉴욕시 최초로 한국어를 제2외국어 선택과목이 아닌 필수과목으로 개설하면서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올해는 가르칠 교사가 없어 1년만에 잠정 중단되고 말았다.

맨하탄 스타이브센트고교도 올 초 폐강 위기에 직면했다가 극적으로 회생한 덕분에 기존 2개 학급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폐강까지는 아니지만 대다수 기존 학교들도 학급 수가 크게 줄었다. 베이사이드고교 한국어반은 4개 학급에서 3개 학급으로 줄었고 등록생 수도 80명 정도다. 이재홍 교사는 “이민자 수가 줄어들면서 한국어반도 함께 줄고 있다. 늦어도 내년 가을에는 타인종들도 한국어를 수강할 수 있도록 학교측과 의견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프랜시스 루이스 고교도 10여년간 5개 학급을 운영해왔지만 지난해 한 개 학급이 줄어든데 이어 올해 또 다시 한 학급이 줄어 현재는 3개 학급에 100여명이 등록해 있을 뿐이다. 등록생 수는 3년 전보다 무려 절반 가까운 감소를 보이고 있다. 학교는 일본 재학생들이 거의 없는데도 일본어반은 올해 오히려 한 학급이 늘어나 총 7개 학급이 됐고, 중국어반도 몇 년 전까지 5개뿐이었지만 올해는 무려 12개 학급으로 늘었다. 손숙희 교사는 “한국어는 AP과목도, 어너 클래스도 없다보니 아무래도 수강생 유치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일본어반 수강생의 3분의2가 한인학생이란 점을 감안하면 뭔가 잘못 되어가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마나 한국어반이 증설된 학교는 뉴욕에서 두 어 곳에 불과하다. 2006년 개교한 퀸즈 동서국제학 중·고교(EWSIS)는 올해 처음으로 12학년이 생기면서 6~12학년까지 7개 학급으로 늘었고 수강생 규모도 140여명에 달한다. 미동북부 최초의 한영 이원언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퀸즈 플러싱 PS 32 초등학교도 2006년 유치원반을 시작으로 매년 한 학년씩 추가돼 올해로 3학년까지 총 4개 학급으로 늘었다.

반면 뉴저지는 한국어반 개설이 전혀 진전 없이 수년째 지지부진한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2005년 팰팍 초등학교에 한국어반이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첫 등장한 뒤 꾸준히 학급 개설이 추진돼왔지만 여전히 별다른 결과가 없는 상태이고 테너플라이고교도 2년 전 가을학기부터 개설될 예정이었으나 무산된 상태다. 그나마 세인트 조셉 고교가 지난해부터 한국어를 정규과목으로 개설해 버겐카운티에서 거의 유일한 한국어반 명맥을 지탱하고 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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