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생각
2009-10-02 (금) 12:00:00
열심히 땀 흘려 일하던 무더운 날씨 냉수 한 그릇이 고마웠던 때 엊그제 같은데 깊은 밤 귀뚜라미의 청량한 노래, 풀벌레 소리의 앙상블, 나뭇가지 사이의 초승달 빛이 들창문에 비추고 제법 서늘한 밤공기에 옷깃을 여미는구나. 이때쯤이면 우리의 고유명절인 추석이 다가 온다.
추석하면 생각나는 것이 고향이다. 고향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국의 추석은 국민의 1/3정도의 민족 대이동인데 귀성객으로 도로는 주차장이거나 거북이 걸음, 기차역 터미널은 인산인해로 아수라장이다. 이렇게 어려운 귀향 길, 꼭 가야 할 이유는 무언가. 끈끈한 사람 사는 맛이 있기에 가야하는 것 같다. 중국의 경우도 대 명절인 춘절 그야말로 사활을 거는 귀향을 볼 수 있다.
물고기 연어의 경우도 귀소본능이 강한 것으로 사활을 거는데 몸이 찢기고 폭포수의 난관도 마다 않고 출생지인 단수의 강줄기를 올라 산란하는 모습은 경이로운데 조물주의 창조적 질서로 경탄할 따름이다.
필자도 어김없이 올해도 고향 추석을 생각하며 향수의 시름에 젖는다. 고향역이 호남선 첫 출발지인 서대전역 그다지 멀지 않다. 어린 시절 동네 어른을 따라 서대전역을 가려면 우마차를 타고 가는데 어찌 그리 좋은지 덜그렁 엉덩방아를 찧어도 어린 동네 친구와 철길의 코스모스가 피어 온갖 색상으로 자태를 뽐내고 산들 바람이라도 불면 아리따운 여인의 치맛자락처럼 한들거리는 모습 참으로 정겹다. 그 정겨움 다시 볼 수 있으려나. 검은 연기 길게 뿜고 기적소리와 멀리 사라져가는 모습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정겨움, 올해도 해바라기처럼 고향 쪽을 바라 볼 뿐이다. 하물며 갈 수 있는 고향이건만 이북이 고향인 사람들은 38선의 통곡의 장벽으로 가슴 도려내는 아픔이 있을 것이다 .
참으로 고향생각이 강렬한 것은 늙어가는 징조가 아닌가 한다. 요즈음 고국의 고향추석도 문명의 발달과 경제성장으로 황금만능주의로 차례 상도 맞춤형으로 이제는 끈끈한 사람의 냄새도 정도 사라져가는 모습 같다. 성경은 하늘의 고향을 그리워하라는데 우리는 인간인지라 육신의 고향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하늘의 고향이 좋아 사망이 없고 아픔이 없고 얼마나 아름다운지 벽옥, 홍보석, 남보석, 황보석 청보석, 유리알 같은 양탄자를 깔아 놓은 곳이라 하지만 죽어봐야지 누가 알아 하면 성경에 기록된 것을 가끔 실제 체험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튼 다가오는 추석, 어려운 살림 추스르고 우리 다 같이 하늘의 본향(고향) 을 맛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