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사랑 내곁에

2009-09-22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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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해연 /메릴랜드

재영 아빠! 나 왔어. 현관문을 열면서 당신을 부르면 어~ 하고 힘없이 대답해 주던 당신. 몇 번을 불러도 이젠 아무런 응답이 없네.
당신이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두 달이 넘어가고 있어. 집안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아 이리저리 기웃거려 봐도 당신은 아무 곳에도 없고, 당신이 만들어 놓고 꾸며 놓고 그려 놓은 흔적들만이 내 가슴을 이렇게 아프게 하네.
모든 것에 솜씨가 좋았던 당신, 모든 곳을 이렇게 잘 꾸며 놓고 가족 모두를 두고 어떻게 혼자 갈 수 있었을까.
내 나라 아닌 남에 나라에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이곳에서 병원에 다니느라고 받았던 그 많은 스트레스들. 당신 많이 힘들어 했지. 당신만큼 내 가슴도 쓰리고 미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어.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가 느낀 제일 아픈 기억들일꺼야.
하지만 입가에 당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그 멋있는 웃음을 지으며 눈을 꼭 감은 당신에게서 우린 모두 위로 받았고 지금도 꿈속에 자주 나타나 그 미소를 지으며 잔디를 깎고 고추밭과 꽃에 물을 주는 당신을 보며 우리는 당신이 항상 우리와 함께 있음을 믿고 있어.
당신과 내가 만나 같이 지낸 40여년의 세월, 많은 사람들의 반대 속에서도 당신과 난 서로 참 많이 좋아했지. 지금도 눈에 선하네. 연애 시절 우리가 매일 만나던 종로 3가 ‘희소식 당방’ 그곳에서 신청해 듣던 많은 팝송들. 그리고 당신이 언제나 나를 기다려주던 세운상가 다섯 번째 계단. 그 때에 우리는 하루를 못 봐도 안달이 나서 어쩔 줄 몰라 했었어.
남산 길과 뚝섬 나루터, 봉은사 오솔길도 많이 걸었구.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재미있거나 자상한 사람이었던 건 아냐. 그저 말없이 씩 웃어주던 그 미소에 그리고 너무도 착했던 당신에게 난 나의 모든 걸 다 걸었었지. 부모님의 반대 속에서도...
아이들을 낳고 살아오면서 우리도 남들처럼 싸우기도 많이 했고 미워하기도 했었지. 하지만 내 가슴속엔 언제나 연애 시절의 그 애틋함이 있었기에, 그리고 내가 정말 당신을 좋아했었기에 미움도 삭이며 살 수 있었을 꺼야.
그런데 남의 나라 미국에 와서 영어도 못하고 운전도 못하는 나를 두고 어떻게 당신이 하늘 나라로 갈 수 있는거냐구. 애들도 다 자기 가정 갖고 떠난 이 큰 집에 나 혼자 덜렁 남겨두고 당신의 흔적들만 남겨두고 당신이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하지만 나 열심히 살게. 보살펴 주는 거지?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마. 재영이와 재우, 두 아들들이 아빠의 자리를 잘 메꿔주고 있으니까.
당신도 알잖아. 우리 아이들이 언제나 우리에게 큰 힘이고 자랑이었던 걸. 당신이 예쁘게 가꾸던 우리 집. 내가 열심히 가꾸고 지킬게. 그래서 우리의 꽃밭 속에 있는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게. 매일 생각하고 기억하며 다시 만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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