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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 칼럼/ 사람은 왜 자신에게 관대할까?

2009-09-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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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현대인들은 유난히 자기본위의 성향이 강하다. 자신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하고 남에게는 지나치게 비판적인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그래서 성공이나 좋은 결과에 대한 공은 자신에게 돌리고, 실패나 나쁜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남에게 돌리는 경향이 눈에 띄게 나타난다.

사람이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 반대로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사람이 자신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기 시작하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하여 서로 물고 뜯는 상황이 오고 만다. 자기를 과대평가하는 이기적 습관은 오늘날에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이런 습관은 인류의 조상 아담과 하와 때부터 있었다. 하나님이 아담에게 선악과를 따먹은 이유를 물었을 때 아담이 이렇게 대답했다.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하게 하신 여자 그가 그 나무 실과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여자에게 이르시되 어찌하여 이렇게 하였느냐 여자가 가로되 뱀이 나를 꾀므로 내가 먹었나이다” (창세기 3:12-13).

보라. 아담과 하와 두 사람은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서로 남에게만 돌리고 있다. 놀랍게도 자기 자신에게는 어떤 책임도 묻지 않고 있다. 자신에게 지극히 관대하다. 만약 하나님이 좋은 결과에 대한 공로를 물었다면 아마 서로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느라고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 인간에게 왜 자기를 관대하게 여기는 성향이 나타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잘못된
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이기적 본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신앙적, 인격적, 도덕적으로 더 선한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예를 들어보자. 1997년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무작위로 여론 조사를 했다. “O. J. 심슨, 빌 클린턴, 마이클 조던, 다이애나 왕세자비, 테레사 수녀, 응답자 중 천국에 갈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대답하라” 는 질문이었다. 조사결과 O. J. 심슨이 천국에서 환영 받을 것 같다고 대답한 사람이 19%에 불과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52%,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60%, 마이클 조던은 65%였다. 그리고 테레사 수녀가 79%로 2위를 차지했다. 그러면 1위는 누구였나? 1위는 87%를 차지한 응답자 자신이었다. 오늘
날 현대인들이 놀랄 만큼 자기 자신을 관대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한 사례다.

이처럼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왕자병, 공주병”에 걸려있다. “자기관대의 신조”에 푹 빠져있다. 그리고 이 신조를 가지고 자신의 인격을 방어하며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런 “자기관대의 신조”가 사방으로 번져나가면 이 사회는 어떻게 될까. 이 사회는 서로를 사랑하지 않고 존경하지 않는 불신의 사회가 될 것이고, 온갖 위선과 허구가 난무하는 혼란과 무질서의 세상이 되고 말 것이다. 금이나 은은 가만히 있어도 스스로 금이요 은이다. 진짜는 자신을 치장하거나 선전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진짜가 아닌 허구나 위선의 것들은 자신을 인정받으려고 “자기관대의 신조”로 겉치장하기에 바쁠 수밖에 없다. “자기관대의 신조“가 강한 사람일수록 그 인격이나 신앙이 허구나 위선일 가능성이 많다는 말이다.

꽃 중에 가장 작은 꽃은 안개꽃이다. 한해살이인 이 꽃은 너무 작아서 혼자서는 아무에게도 환영을 받지 못한다. 그런데 이 작은 안개꽃이 장미나 카네이션을 만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밑에서 조용히 장미나 카네이션을 받혀주면서 그 가치를 하늘의 별처럼 빛나게 해주는 귀중한 존재가 된다. 안개꽃은 비록 자기 자신은 제1인자의 영광을 얻지 못했을 지라도 장미나 카네이션에겐 없어서는 안 될 제 2인자의 역할을 떳떳이 수행한다.

보잘것없는 안개꽃이 이렇게 성공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자기관대의 신조”를 버렸기 때문이다. 자기만 알아달라는 왕자병, 공주병에서 해방되었기 때문이다. 겸손한 제 2인자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키케로는 “최고를 열망하는 사람에게 2등은 결코 불명예가 아니다”라고 했다. 레너드 번스타
인은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연주하기 힘든 악기는 제2 바이얼린이다”라고 갈파했다. 모세의 시종 여호수아와 엘리야의 후계자 엘리사의 위대성이 어디에 있나. 자기관대의 신조를 버리고 남을 더 낫게 여기고 섬긴 안개꽃 같은 겸손에 있었다. 이기주의와 자기중심주의가 어지럽게 난무하는 이 시대에 안개꽃 같이 제2인자의 겸손한 마음을 가진 큰 인물이 그립다.

<온누리 순복음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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