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황혼 역

2009-09-14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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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주 /워싱턴 문인회

완행열차 지나간 플랫폼엔
녹슨 시간만 남았다

목쉰 기적 뒤
고요와 적막 뿐

객차 안의
푸성귀의 풋내도
바지락 멍게의 비린내도
왁짝 시끄럽던 삶의 애환도
옷깃을 스치는 소박한 정담도
이제 들리지 않는다


무지개 같던 꿈
동백꽃 보다 진한 사랑도
바지랑대 같이
빈 하늘을 받치고

인생의 만남도 기다림도
돌아오지 않는 간이역

초록빛 녹음이
석양 노을에
붉은 속살을 드러내며
지난 세월의 존재들
어렁칙 함몰하는 황혼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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