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엠브란스의 칠성판

2009-09-10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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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수 목사 후랭코니아 교회 문서전도 담당

요즈음 들어서 체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신체적 변화가 오는 것을 느끼면서 누구나 한사람도 예외 없이 걸어가야 할 죽음의 관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해외 이주 이민 1세는 누구를 막론하고 육신이 혹사를 당하는데 매일 매일 하루의 피로도 풀 여가 없이 파김치 되도록 일을 하면서 어느 한 순간 늙어 은퇴를 할라치면 어느 날 갑자기 저승사자가 초청을 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보아왔다.
얼마 전 변함없이 눈을 뜨고 출근준비에 허둥대며 머릿속이 맑지 못한 불쾌함 가운데 서두르면서 그래도 감사해야지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며 운전을 하고 있을 때였다. 신호대기 전방에 여러 차량이 대기 중 그 속에 한사람으로 기다리며 무심코 백미러를 보았다. 후미 차의 운전자 여성이 무엇이 그리 바쁜지 셀폰 통화와 더불어 안절부절 하는 가운데 차선을 바꾸려는 모습이 보이더니 갑자기 큰 굉음과 동시에 나의 차량이 큰 진동과 함께 움찔했다.
후미정면 충돌 사고였다. 충돌로 허리, 목, 머리에 가벼운 통증이 일었고 그 와중 911번을 호출하여 구급차와 경찰차 소방차가 동원이 된 가운데 구조대 요원들이 나를 조심스럽게 구급차 널빤지에 누이고 벨트와 강력 접착테이프로 묶어 구급차에 나를 실었다.
앰뷸런스 내부의 밝은 조명과 구조대 요원의 검진과 질문을 하는 것이 꼭 저승사자가 호구조사 하는 느낌이었다. 구급차의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은 저승길의 꼬부라진 길을 연상했는데 어느덧 응급실에 도착하여 대기 중 피곤하여 눈이 스르르 감겼다.
구급차의 플라스틱 널빤지에 몸을 어찌 단단히 묶었는지 옴짝달싹 못했으며 점점 몸에 통증이 가속화되어 참을 수 없었다. 간호사에게 벨트를 풀어 달라고 애원을 했으나 담당 의사가 오기 전 혹은 지시가 없는 한 대기하고 있어야 한단다.
힘들고 통증이 심하던 중 구급차의 널빤지를 보니 어린 시절 시골에서 초상이 나면 칠성판에 시신 놓고 묶는데 질긴 삼베로 일곱 띠를 만들어 묶는 게 생각났다. 지금 나의 상태가 꼭 한국의 칠성판에 묶여 있는 것 같은 생각에 묘한 느낌이었다.
시신을 염습할 때 시신 밑에 끼는 널빤지에 북두칠성 모양의 구멍을 뚫어 놓는다. 북두칠성 까지 뚫어놓는 의미는 망자의 영혼이 편안히 가기를 바라는 산자의 배려가 담겨있고 입관을 할 때도 시신과 함께 바로 넣는 것이 칠성판이다. 또한 시신이 굳기 전 바로잡아 칠성판에 가지런히 놓고 묶는다. 그래서 죽는 것을 칠성판이 짊어지고 간다고 표현을 하기도 한다.
지금 상황에 호흡이 멈추어 진다면 모든 것을 놓고 두 손 펴고 가야하는 노인이라는데 무엇을 위해서 태평양을 건너 험난하고 곤고한 삶을 살았던가. 잠시 대기 중에 오만 생각에 사로잡혀 이후로는 좀 더 값치 있는 삶 보람된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사람이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겠는가. 생명은 무엇을 주고도 바꿀 수 없다. 건강에 유의하고 내가 생존하고 있어야 부모형제 친구 명예 재물도 있다고 본다.
오늘 마지막 칠성판에 놓인 것처럼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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