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경기와 자살

2009-09-03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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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경제 상황은 1930년 대공항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특히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부터, 곳곳에서 신음 소리이다. 부동산 경기가 따끈따끈 할 때, 욕심을 부린 많은 교포들은 이만저만한 고통을 겪고 있지 않다.
더구나 대다수 교포들은 직장보다 자영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이러한 경제 태풍에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필자도 예외가 아니다. 요즈음은 운전할 때 가스 눈금 신경 쓰고, 장 볼 때도 마음껏 잡지 못한다.
언제 이 태풍이 가라앉을지 불투명하고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이런 와중에 잇달아 세분의 교포가 자살했다는 뉴스를 듣고는 우울하고 애석하기 짝이 없다.
오죽했으면 그럴까 하고 동정심을 내었다가도 왜 조금 참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당면한 문제를 쉽게 해결하고자 택한 자살은 엄밀히 따지면 사리사욕에서 비롯된 잘못된 행위이다.
특히 한국인은 빨리빨리 관습에 젖어, 비참한 상황에서 벗어나려고(고 노무현 전대통령)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고(고 최진실) 또는 자신의 주의를 집중키 위해서라도 쉽게 자살을 선택한다.
그래서 인지, 자살이 사망 원인 1위로 기록되는 걸 보면 한국인은 어지간히 성질 급한 민족임에 틀림없다.
불교에서 자살은 남을 죽이는 것보다 벌이 더 엄중하여 죽어서는 무간 지옥으로 떨어지고 저승으로 못가고 구천에서 떠돌이 신세로 전락되어 두고두고 지독한 고통을 받는다.
서양 종교에서도 신이 부여한 생명을 멋대로 훼손한다는 것은 죄 가운데 최상의 죄이라고 하듯이 어느 종교나 내가 나를 살인 하는 것은 내가 갖고 태어난 숙명을 거부하기 때문에 죄질이 무겁다.
불교에서 현재 나의 모습은 과거에 지은 나의 행위에 결과이고 미래의 나의 모습은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지금 상황이 고맙고, 감사한 일로 다가 올 것이다. 최악의 괴로운 상황은 오히려 밝은 미래를 위한 적절한 자양분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역경과 괴로움을 통해 과거 전생의 악업을 크게 녹여야지만 그 밝고 텅 빈 마음으로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다.
미국 경제가 회복 기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시련의 연속일 뿐이다.
이번 경제 태풍으로 휩쓸려 가느냐. 살아남느냐는 갈림길에 놓여 있다.
어려운 고심 끝에 꿈을 안고 이민 왔을 때의 초심을 상기하고 눈높이를 낮추고 위보다 아래를 보고 살아가야 태풍을 견딜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자존심은 생각과 망상으로 쌓여 있는 쓸데없는 것이오니 이 자존심을 버리면 참 나가 보이고 당면한 모든 문제가 쉽게 풀어집니다.
만약 자존심 때문에 자살할 용기가 있다면 그 용기로 살면서 무언들 못할까? 이 세상이 싫어진 것은 우리 마음이고 싫어졌다고 하는 그 마음이 싫어졌을 뿐이다. 고로 마음 한번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

황인수
메릴랜드 보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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