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 있는 사랑하는 아들에게
2009-09-02 (수) 12:00:00
나에게 주어진 새로운 생명, 너를 보면서 남들처럼 기쁨과 즐거움보다는 앞날에 대한 걱정을 하면서 시작된 우리의 만남.
그러나 너의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엄마의 힘든 일상이 씻어지고 너로 인해 밝음을 찾고 나의 삶이 행복하다는 느낌으로 살았단다.
시집살이와 나의 고된 업무로 지쳐갈 때 나의 방출이 불가능한 스트레스는 너에게 모두 쏟아지고 어린 너는 엄마의 지나칠 정도로 엄격한 교육 방법에 네 스스로 마음에 병이 들어가고 있음을 엄마는 몰랐단다. 나의 구식 교육 방법이 칭찬보다는 틀에 박힌 학습의 반복에 너의 예리하고 날카로운 두뇌와 마음은 찢겨지고 상처를 입었는데도 엄마는 “산다는 것”에 대한 경험 학습이라고 강요를 하였구나.
아파도 아프다고 말을 할 수 없는 상황 속에 너와 나의 시간들. 왜 그렇게도 엄마는 시간에 쫓기고 너에 대한 사랑의 표현에 인색했는지….
퇴근하고 돌아와 지친 엄마는 너를 안아주고 사랑한단 말 한마디도 제대로 못했구나. 하루 종일 나는 소나기를 기다리던 화초와 같았을 너를 힘들다는 이유로 멀리하고, 언제나 하루치 주어진 너의 과제를 다 하지 못함을 책망했고, 참으로 엄마보다는 선생님이 어울렸을 행동들을 많이도 했구나.
사춘기를 무사히 지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너는 지금까지 눌려왔던 모든 것을 엄마에게 폭발시키고 거의 매일 우린 말싸움과 눈물과 그리고 마지막에는 내가 너에게 무수히도 언어폭력을 휘두르고 모든 시각을 나의 눈높이에 맞추어 너를 힘들게 했었지. 어느 날이 끝인지 엄마는 그 긴 시간이 빨리 지나 너의 달라짐을 애타게 기다리며 지쳐가고 있었단다. 나의 너에 대한 허황된 기대치에 항상 너는 못 미친다고 생각을 했었는지도 모르고...너는 지극히 우등생이었는데도 말이야.
기억나니? 네가 매그닛 스쿨(Magnet Program) 시험 보러 가던 날. 유난히 추웠던 아침. 시험 치러 간 학교에는 어쩐지 검은 색을 방불케 했던 유색인종들을 보면서 우린 많이도 즐거워했잖아? 안타깝게 너는 그 학교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네 동생들 합격에 네가 더 좋아했었잖아. 시험 불합격 이후로 급격히 너는 너의 공부의 끈을 놓고 그로 인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렸었니?
불안한 엄마는 친구문제 인 것 같아 친구들도 찾아다니고 학교에서 공부에 방해되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 카운슬러도 만나고. 심지어 우울증의 하나라는 생각에 미쳐 상담도 많이 했잖아?
항상 너의 마음속에는 엄마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표현이 서툴렀고 사랑한단 말로 표현이 참으로 힘들었었단다.
나이가 많아서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할 때 엄마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단다.
만 18세가 넘은 너를 2년이 넘게 학교를 보내는 엄마 마음도 편치는 않았기에 내린 결정이고... 그런 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너는 눈에 띄게 행동이 좋아졌고 나를 매일 기쁘게 하였지. 고등학교 졸업 자격시험(GED)을 보고 이제 가을 학기에 대학에 가는 준비를 하는 중에 일어난 일. 엄마는 믿을 수가 없다. 어떻게 그렇게 엄마를 두고 먼저 갈 수가 있니?
너의 18번째 생일에 처음으로 엄마를 껴안으면서 “미안하다”라고 한 말은 정말 거짓이었니? 이렇게 엄마를 놔두고 혼자 가면서 미안하지 않았니?
아무 일 없듯이 살려고 무지하게 힘쓰지만 내가 너에게 미안한 마음을 어떻게 씻으라고 이렇게 혼자 떠났다니?
사랑한다 내 아들아! 살아서 다 못한 말들. 그러나 넌 알 거야. 엄마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한연성 /메릴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