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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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업/ LI밀러 플레이스고교 10학년 차현태 군

2009-08-3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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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한 전국일주, 소중한 추억

올해 나이 불과 열넷이지만 ‘자신은 가진 것이 많은 축복받은 사람’이라며 개구쟁이 같은 외모와 달리 제법 어른스런 차현태(14·미국명 헨리·롱아일랜드 밀러 플레이스 고교 10학년)군.

10년 터울의 누나가 어린 시절 손바닥만한 케이크 하나만 달랑 놓인 초라한 생일상을 받고도 그 시절이 너무 행복했었다는 얘기를 가족 앨범에서 확인하면서 많은 생각이 오갔다고. 누나와 달리 자신은 돌상부터 상위에 맛난 음식들로 넘쳐났고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부모의 수고 덕분에 늘 풍요로움 속에 생활해 왔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누나는 자신의 친구이자 인생 스승이라며 어깨를 으쓱대더니 부모야말로 자신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주고 인생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멘토라며 자랑이 이어졌다.


지난해 여름 가족이 직접 캠핑카(RV)를 타고 2주 동안 미 전국을 일주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발길 닿는 곳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당시 느낌은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평소 느껴보지 못했던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평소 느끼지 못했던 가족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것도 소중한 추억이자 경험으로 남아있다. 특히 전국 일주를 떠나면서 사진작가 출신 아버지로부터 본격적인 카메라 촬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고 해변에서 6시간 동안 요지부동으로 카메라 앵글을 응시하며 날아오르는 새를 촬영할 순간 포착의 기회를 기다리던 아버지의 모습은 감동과 존경 그 자체였다고. 자신의 영문 이름이 아버지와 동일해 ‘헨리 주니어’로 불리는 것도 또 다른 자랑거리다.

덕분에 인내심과 끈기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배울 수 있었고 이런 교훈은 어릴 때부터 섭렵해온 각종 운동을 즐기면서 또 다른 차원으로 승화되고 있다. 검은 띠를 코앞에 둔 태권도 실력과 학교 농구팀 선수로 활약하며 팀을 카운티 챔피언으로 이끈 공적하며, 자전거, 테니스, 축구, 배드민턴 등도 만만찮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시작한 탁구는 볼티모어 토너먼트에서 단체 우승의 기쁨을 맛보면서 올 11월 두 번째 출전을 앞두고 실력을 가다듬고 있고, 어릴 때부터 어깨너머로 익힌 골프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훈련을 받으면서 가을부터는 학교 골프팀 선수로도 활약할 예정이다. 이처럼 다방면의 스포츠를 배우면서 공격보다는 수비를 먼저 가르치는 이유를 서서히 깨달을 수 있었고, 인생에서도 무조건 성공을 향한 목표보다는 실패를 경험해야 더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것도 스스로 깨우칠 수 있었다고.

피아노, 바이얼린, 기타에 이어 드럼까지 다루지 못하는 악기가 없을 정도로 음악에도 관심이 많고 조만간 색서폰 연주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올 여름에는 케빈 김 제19지구 뉴욕시의원 후보 선거운동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또 다른 세계를 경험했고 감금·폭행 피해설이 나돌면서 한국 네티즌 사이에서 구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뉴욕이 낳은 천재 바이얼리니스트 유진 박의 뉴욕 방문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가 그와 직접 수차례 만남을 이어오면서 친구이자 형제처럼 지내게 됐다. 유진 박의 소식을 전해들은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뉴욕에서 청소년 팬클럽 결성도 구상 중에 있다.

2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서툰 한국어 때문에 겪어야 했던 충격(?)으로 지금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한국어 학습에 열성을 다하고 있고 덕분에 한국어 실력도 많이 늘었다고. 책을 좋아하는 부모 덕분에 어릴 때부터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온갖 책들에 둘러싸여 자라 책 읽기라면 남에게 뒤지지 않을 자신도 있다.

최근에는 요리에 부쩍 관심이 높아져 급기야 요리학원에 등록해 제대로 요리를 배우기 시작한지도 수주째다. 아버지가 평소 좋아하는 중국음식인 소고기브로콜리 볶음과 어머니가 좋아하는 디저트인 딸기 무스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대접했을 땐 세상을 얻은 듯 기뻤다고. 관심 갖는 분야마다 남다른 실력까지 인정받다보니 장래 희망도 큰 고민이었지만 지금은 변호사를 꿈꾸고 있다는 차군은 뉴욕아시안소비자연맹 헨리 차·제시카 차 회장 부부의 1남1녀 중 둘째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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