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급 휴가(Furlough)

2009-08-29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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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선우 변호사 VA/MD

여름철이면 특히 8월이면 워싱턴 정가가 텅 비다시피 된다. 연방의원들만 휴회 중 출신 구로 향한 게 아니라 한 주일에 35,000불씩 집세를 자담하면서 오바마 가족도 마사스 빈야드란 휴양지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공무원들의 경우 1년에 1주 내지 4주는 유급 휴가(vocation)이다. 반면에 무급 휴가란 것도 있다. 그 경우 노는 동안 봉급이 안 나오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 타의에 의해 쉬게 되는 것이다.
경제난 때문에 균형 예산을 유지할 수 없어 적자에 시달리는 주 정부들이나 군 정부들이 적자를 메우는 방안 중 하나로 공무원들에게 무급 휴가를 강요하는 예가 적지 않다. 예를 들면 프린스 조지스 군에서 작년 가을에 5,900여 명의 군 공무원들이 열흘 동안 무급 휴가를 감수하도록 한 적이 있었다. 5,700만불에 달하는 군 예산의 적자 중 3 분의 1을 메우려는 고육지책이었다. 물론 공무원들의 입장으로 보면 봉급의 3.85%가 깎이는 셈이지만 그런 조치가 없이는 일부 공무원들이 해고될 수밖에 없다는 가능성보다는 월등 나은 방법일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공무원 노조가 군 정부를 상대로 연방 지방법원에 고소를 했었던 것이 최근에 판결이 나와 노조측은 쾌재를 부르는가 하면 당사자인 프린스 조지스 군만이 아니라 다른 군들이나 메릴랜드주를 포함한 주 정부들은 그 판결을 비난하고 있다.
알렉산더 윌리암스 2세라는 판사의 판결문은 군 정부가 무급 휴가를 강행함으로써 경찰, 소방관 등의 노동조합들과의 계약을 위반한 것이 위헌이라고 했으니까 무급 휴가 방책을 쓰는 정부들이 비슷한 고소를 당할까 보아 긴장하고 있다는 보도다.
윌리암스 판사는 재정이나 예산 문제를 다루는 것이 임무 중 하나인 선출직 군수나 군 의회 등의 판단과 결정을 무시함으로써 자신을 군 정부의 최고 예산관리자 자리에 올려놓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왜냐하면 그는 판결문에서 공무원들의 무급 휴가보다는 프린스 조지스 초급 대학의 예산을 깎거나 군 정부의 토지와 기계 구입 계획을 미루던지 군의 비축 자금에 손을 대는 것이 온당하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사설에서 지적한 것처럼 비축자금에 손을 대어 그것이 줄어드는 경우 군의 채권 신용 등급이 하락되어 군 정부가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생길 손실은 전혀 무시한 판결이기 때문에 사법부의 월권도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물론 프린스 조지스 군은 이 사건을 리치몬드에 소재한 연방 제4순회구 공소 법원에 상고할 것이다. 공소 법원은 윌리암스 판사의 판결이 잘못 되었다고 번복할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할 수는 없지만 공공의 복리를 보호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공무원 노조와의 계약을 경제 위기 등의 극한 상황 아래서는 변경시키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그가 자신의 판결을 뒷받침 한다고 인용한 1990년대 초의 볼티모어 교원 노조사건이 사실은 연방 공소법원에서 뒤엎어져 궁극적으로는 볼티모어 시가 승소했다는 결과를 무시했다는 것도 지적된다. 공소 법원의 판결문에는 지방 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계약을 변경시키는 입법부 고유의 정책결정”을 하는 경우 사법부가 어느 정도 그것을 존중해주어야 된다는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윌리암스 판사의 판결문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그 내용은 자신의 독자적인 글이라기보다는 노조 대 정부의 사건에서 쌍방 변호인단이 제출한 법율 각서에 입각한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 즉 노조측 변호인단의 각서와 원고의 법정 진술에 윌리암스 판사가 무급 휴가를 위헌이라고 한 판결을 정당화하는 이론과 실례들이 들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공소 법원에서 윌리암스의 판결을 뒤엎는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그의 오판을 어느 정도나 심하게 비평할는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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