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죽음

2009-08-26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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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국 한국에서는 올해 들어 나라의 큰 어른을 세 분이나 황망히 떠나보냈다.
2월에는 김수환 추기경, 5월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8월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떠나셨다. 이 세 분을 떠나보내며 한국의 온 국민은 물론 해외동포들도 마음의 상여를 짊어진 기분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부음이 가라앉기도 전에, 투병 끝에 유명을 달리한 전 김 대통령과의 이별은 황망함 그 자체다.
한국 곳곳에서 추모의 발걸음은 적도, 동지도 따로 없었다. 생전에 그분을 지지했던 안했던 죽음 앞에 정치적 입장은 더 이상 아무 의미가 없었다.
두 분 대통령의 연이은 서거를 접하고 마음이 처연해지는 것은 상실이 주는 비통함 뿐만은 아니다.
과연 한국의 민주주의는 짙은 안개 속에서 어디로 갈 것인가 걱정이 앞선다.
이제는 이념, 지역의 갈등을 끝내고 통합과 화해의 길로 나아갈 때다.
김 전 대통령은 사형수에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한 인동초(忍冬草 )의 삶을 살았다.
영광과 박수의 뒤안길에는 좌절과 가혹한 비판도 많았다.
그러나 그의 평화로운 죽음은 우리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다.
이번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지켜보며 인생의 무상함과 권력의 허무함을 다시 한 번 느낀다.
그의 영면(永眠)은 화해와 역사의 길을 열어주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인간은 누구나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만고의 진리이기 때문에 때가 되면 죽음을 통하여 그 이름은 세상에 남겨지는 것이다.
세월 앞에는 그 무엇도 영원할 수 없다. 이익을 바라지 않고 살아 있는 동안 진실한 마음과 사랑을 누구에게나 베풀 수 있으면 보람 있는 삶이 아닌가.
사랑하는 부모님도 세월이 모셔간다. 사람은 각자 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나의 존재를 소중히 여기고 그것에 감사해야 한다.
자연이 나에게 준 삶을 최대한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때가 되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죽음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슬픈 운명이다. 죽음을 인생의 순리로 받아들이며 죽음을 준비하는 것도, 삶을 준비하는 것이다.
늘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면 삶은 오히려 충실해지지 않겠는가. 그래서 인생은 무조건 오래 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돈이면 다 된다는 천박한 물질 지상주의를 버리고 살아가는 인생에서 정말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하며 살았는가가 중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기독교에서는 희생의 사랑은 살아가는 힘이 되고 인생의 방향을 결정해준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의 영면을 지켜보며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되며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 잠시 사색에 잠겨본다.
삼가 김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면서...

채수희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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