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돈의 사용과 인격

2009-08-2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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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민수 저먼타운, MD

얼마 전, 미국에서 인기 있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대대적인 모금 운동을 벌였다. 그 모금 운동의 취지는 미국뿐만 아니라 제 삼 제국의 빈곤 퇴치 운동에 쓰여 질 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세계적인 유명 연예인이 나와서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했다. 그 중에는 유명 가수인 마돈나도 있었는데 그녀는 아프리카에 직접 가서 평범한 옷을 입고 봉사활동을 하는 중에 이런 말을 하였다. “저는 당신에게 당당히 돈을 요구할 권리는 없습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당신의 돈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돈이 이런 뜻 깊은 일에 쓰이길 바랍니다.”
나는 마돈나라는 사람이 어떤 인격의 소유자인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 사람의 말을 생각해 볼 때 그녀는 꽤 정확하고 신용이 좋은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돈나에게는, 자신이 믿고 있는 사실을 상대방이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오만과 독선이 없었다.
많은 사람들은, 흔히 좋은 일에 돈을 쓰자는데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을 때, 쉽사리 남들의 게으름과 무관심을 탓하기를 좋아한다. ‘당신의 돈이니 당신의 뜻에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돈을 써라’라는 쉬운 진리를 얼마나 쉽게 잊고 사는가? 마돈나의 그와 같은 언행은, 남의 판단을 배려하고 자신의 행로와는 뜻이 다르다고 할지라도 받아들이는 태도가 있다. 좋은 취지인 것은 다 알지만 그보다도 더 급한 사정이 있다고 말할 때 ‘그럴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순수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와 같이 돈을 사용할 때, 그리고 그 돈을 사용하라고 부탁하거나 홍보를 할 때, 이와 같이 양쪽 다 인격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나는 세일즈를 수년간 해오면서 나의 인격을 돌아보고 한계를 깨달은 순간이 참으로 많았다. 물론 많은 손님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그 손님들의 인격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기회도 많았다.
세일즈를 통해서 사고파는 돈의 흐름과 더불어 그 속에는 인격의 만남이 있었다. 참 어떤 사람은 고상한 인격답게 고상한 세일즈를 할 수 있었고, 어떤 사람은 세일즈가 아니라면 말을 나누고 싶지도 않은 분위기에서 세일즈를 한 적도 있었다.
사간 차를 나중에 와서 도로 물려달라고 떼를 쓰는 사람, 다른 사람에게서 차를 샀으면서 나에게 자동차 서비스를 도와달라며 당당히 요구하는 사람, 선물로 준 것을 돈으로 내놓으라는 사람,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최저 가격을 흥정한답시고 세일즈맨을 몇 달간 고생시키고 원하던 대로 다 해주었는데도 설문조사에서는 최악의 점수를 주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내 인생의 한 부분이 그들로 인해서 파괴되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런데 그 중 제일 나쁜 사람들은, 본인도 한국인이면서 한국 사람들을 사기치고 골탕 먹이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사람들이다.
한번은 같은 딜러에서 일하는 상사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다른 미국 세일즈맨들은 한국 손님들을 상대해서 한국인인 당신보다 훨씬 많은 이윤을 남기고 한국 사람들에게 오히려 선물을 받으며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당신은 같은 동족이라고 가격은 훨씬 많이 깎아주면서 이것저것 선물까지 딜러에다 요구한다. 당신이라면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국 손님들에게 누가 차를 팔기를 원하겠는가?” 하면서 쳐다보았다.
한 푼의 내 돈을 아끼기 위해, 내 동족의 한사람의 장래는 짓밟히고 무너져도 상관없다는 무서운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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