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 랑

2009-08-18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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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나는 , 차이코프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즐겨 듣는다.
셰익스피어 소설을 생각하면서...많은 남녀들은 자신이 나누는 사랑은 아름답고 실한 것으로 믿으며 사랑을 한다. 흐르는 음률에 소설 중의 사랑을 맞추다가 문득, 그 어떤 의문이 생겼다.
사랑이란, 하나님께서 사람 및 다른 피조물을 지으실 때 생명에 더하여 은혜로 주신 것이다. 그러니까 사랑이란 지식이 많은 사람, 못난 사람, 쳐다보는 사람에게 희락을 주는 사람,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외모를 지닌 남자나 여자 모두에게 준 것이다. 생명이 있는, 감정이 있는 누구에게라도 주어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나를 비롯한 거의는 어떤 부류의 사람에게 있어서 사랑이란, 금기인 양 터부시한다. 지금 이 시각에도, 세상의 한 부분은 사랑으로 인해 울고 웃는다.
물론 살자면, 사랑만으로는 살 수 없다. 물질 축적을 많이 해야 근심 없는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고, 노후에 대한 염려도 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과학 기능이 만연된 요즘 세상에 나는 머리 회전을 시키다가 아주 돌아버릴까 봐 컴퓨터를 기를 쓰고 멀리 한다. 기계 탓으로 모두의 마음이 메말라지면 큰 일이다 하는 염려도 있고 말이다.
사랑의 마음이 사람을 지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인 거다. 나도 할 수 있음을 보이려고, 혼자만의 삶을 이룬 지 어느 덧 6년이 되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어려움을 느낀 때보다는 희희낙락하며 지낸 시간이 더 많다함을 알 수가 있다.
사고 이후 사람이 나를 쳐다보면, 내 기분은 곧 기압골선상에 놓이게 된다. 사랑의 캠프에서 나와 한 조인 사람이, 걸핏하면 나를 쳐다봐서 기분이 매우 안 좋았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었는데 상황은, 나보다 안 좋았던 거로 기억된다.
시작하는 날부터 마치는 날까지 눈이 몇 번 마주쳤다고 생각된다.
사랑의 캠프가 끝나 집에 돌아와 들떴던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나를 쳐다 본 그 사람이 떠올랐다. 사람이 사람을 쳐다본 것이고, 행여 그 사람이 나를 이성의 감정으로 쳐다봤다 해도 불쾌해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는 거로 말이다. 아니, 오히려 기분 나쁠 사람은 그 사람이다.
시들시들한 할미꽃이, 파릇파릇한 호박꽃인 양 착시 현상을 일으켰으니 말이다.
시들거리는 주제로 사랑을 논하니까 없는 힘이 용솟음친다. 그러니까 사랑은, 힘을 솟게 하는 원천이다 함을 알게 되었다.


김부순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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