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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성인이 되어서 시작하는 악기 배우기

2009-08-1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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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나 김 뉴욕음악원 원장

상담 전화를 받다 보면 의외로 많은 성인들이 악기 배우기에 대해 문의 해 오신다. 대부분의 경우 가장 두려워하는 점이 내가 과연 이 나이에 악기를 배운다는 것이 가능한지, 하고는 싶은데 과연 할 수 있을지, 혹은 너무 늦어버린 것은 아닌지 등이 주된 이유이다. 대개는 막연한 두려움이 앞서 선뜻 시작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분들에 대한 나의 대답은 당연히 예스!!이다. 그것도 그냥 ‘예스’가 아니라 아니요,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이들보다 훨씬 더 잘 하실 수 있습니다!이다.

어렸을 때 잠시 했었던 경우이건 아니면 처음으로 시작하는 경우이건 악기 레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심히 하려는 자세와 그에 따르는 노력과 열정이지, 단순한 나이의 잣대는 그 사람의 음악 실력의 향상에는 그다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 물론 전공을 하려는 경우는 어렸을 때 시작해서 꾸준히 열심히 해야 하겠지만 취미로서 악기를 배워서 다루고자 한다면 어떤 나이에 시작하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일 뿐이다.이렇게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점들을 간략히 요약해보자면 첫째는, 신체적으로 가능하냐는 것인데 즉, 악기를 다루기에 손가락이 너무 굳지는 않았느냐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가장 현
란한 손가락 놀림을 요하는 피아노의 경우는 빠른 시간 내에 전공자 수준의 곡을 원하지 않는 이상 매일매일 조금씩 테크닉 연습을 포함한 과제 곡을 꾸준히 해준다면 손가락은 다 충분히 돌아가게 되어있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지 나이들은 손가락이 아닌 것이다. 아이들이나 전공자들도 연습을 안 하면 손가락은 굳게 되어 있듯이 그 누구도 또 어떤 악기도 연습 앞에서 예외일수는 없다. 둘째는, 교재는 어떤 것을 사용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피아노의 경우 많은 분들이 한국에서 어렸을 때 사용하던 바이엘 교재나 아이들 교재를 떠올리는데, 성인에게는 성인에게 맞는 성인용 교재가 따로 있다. 이런 교재들은 성인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접근한 교재이므로 곡 선정이나
레슨 진행 방식이 아이들의 교재와는 많은 차이가 있으며, 한두 번 레슨으로도 간단한 곡들 정도는 바로 연주가 가능할 정도로 성인의 눈높이에 맞게 되어있다.

셋째는, 연습량에 관한 것인데, 앞서 말했듯이 중요한 것은 꾸준히 매일 하는 것이지 하루 이틀에 몰아서 하는 장시간의 연습이 아니다. 너무 무리하게 목표를 잡지 말고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시간을 정해 놓고서 꾸준히 하다 진도가 나감에 따라 조금씩 그 시간을 늘려 가는 것이 좋다. 처음 시작 단계에서는 하루에 20-30분 만으로도 충분하다. 단, 꾸준히 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넷째는, 얼마나 자주 레슨을 받아야 효과적인지에 관한 것인데, 초보자 단계에서는 아이들의 레슨 경우처럼 자주 받을수록 좋으나 여건상 그렇게 하는 것이 힘들다면 일주일에 한 시간 레슨으로도 괜찮다. 단, 이럴 경우 선생님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하여 바른 연습 방법을 익히는 것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웬만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연주가 가능한지에 관해서이다. 이건 철저히 개인의 노력 여하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피아노의 경우 일반적으로 보았을 때 간단한 노래나 곡 연주는 서 너 달 레슨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며 이것은 다른 악기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이렇게 시작하셨던 분들이 중도 포기를 하게 되는 경우, 그 대부분의 이유는 주위 여건이나, 집안 환경, 어쩔 수 없는 상황 등인 경우가 많다. 그 노력이나 열정만으로는 100점 만점에 200점을 드리고 싶은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다만, 어린 아이들같이 편하게 배움에만 전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중도에 어쩔 수 없이 중단을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럴 경우 많은 분들이 내일을 기약하며 중단하셨다, 그 상황이란 것이 허락되자마자 바로 다시 못다한 꿈을 계속 이어나가고 계신다.

삶이 지치고 고달플 때 그것을 헤치고 나가며 용기를 얻는 방법은 개개인마다 다르며, 인생을 풍요롭게 사는 방법 또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 내가 권해 드리고 싶은 것은 악기 다루기이다. 일생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악기 하나씩을 알아나가며, 때론 혼자서 때론 같이 조화를 이루며 연주하는 기쁨을 통해, 음악이 가져다주는 그 풍요로움과 충만함을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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