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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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아빠와 자녀가 함께하는 특별한 놀이시간(1)

2009-08-0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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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뉴욕차일드센터 아시안클리닉 부실장/마인드케어 정신건강연구소 대표)

지난 몇 회에 걸쳐서 아빠들이 자녀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실었다. 아빠의 입장에서 마음으로 느낀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몇 몇 아빠들로부터 글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는 인사를 받기도 했다. 늘 생각했던 것이었지만 실천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달라지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자녀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깨달음과 결단 못지않게 그 방법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달라지기로 결정은 했지만 어떻게 할지를 모른다면 그것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우리 아빠들은 자녀들과 어떻게 함께 시간을 보내줄 수 있을 지에 대해 배워야 한다.

아빠들이 자녀들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놀이를 이용한 것이다. 놀이는 아이들의 삶이다. 아이들은 엄마뱃속에서부터 놀이를 시작한다. 이리 저리 차기도 하고 손을 빨기도 한다. 아내가 임신했을 때 나중에 어떤 아이가 나올 지 대충은 짐작했었다. 낳아보니 그 예상이 맞아 떨어졌다. 활발하고 호기심 많은 아이가 태어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아이들의 삶속에 놀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져다준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고, 사회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습득한다. 놀이공간은 아이들에게 세상의
작은 축소판으로서 기능하며 또 하나의 세상을 만나게 한다.


어찌 보면 놀이의 중요성은 비단 아이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인간의 삶속에 놀이가 빠져있다는 것을 상상해 볼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의 삶의 주기와 함께 놀이는 다른 양상으로 변화될지언정 결코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아빠들이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것은 자녀들과 놀아주는 것이다. 특히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부모와의 감정적 애착과 친근감을 발전시킨다. 예전에 지인들과 함께 가족식사를 한 적이 있다. 우리 아이가 밥을 먹은 후 지루해 하길래 동요를 불러주었더니 나이 지극한 한 분으로부터 대뜸 “그런 것은 애 엄마가 하는 일이다”라는 충고를 듣게 되었다. 물론 우리 아버지 세대에는 그것이 일상적이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늘 근엄한 존재였다. 예나 지금이나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있겠나 싶지만 사랑은 표현되어져야 하고 나누어져야 한다.

지금도 가끔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전화를 걸면 아버지와 참 통화를 이어가기가 어렵다. 한 일 분 동안 신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금새 “엄마 바꿔줄게”라는 대답이 들려온다. 왜 아니겠는가. 아버지는 우리 삶속에 그렇게 서먹한 존재로 기억되고 있다. 아빠들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자녀들과 함께 놀아주는 것이다. 놀아준다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난 주 자녀와 한 번도 놀아준 적이 없는 아빠와 자녀가 함께 놀이세션을 진행했었다. 처음에 서먹해하던 아빠와 자녀는 모래상자에서 한 참을 놀았다. 놀이가 끝난 후 두 부자의 얼굴에는 미소가 흘렀다. 둘이 손을 잡고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선은 결심과 시작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아빠가 먼저 명심해야 할 것은 자녀와 함께하는 놀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선입관을 버리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시간을 내야 한다. 사업과 직장, 모임 등으로 바쁘겠지만 일과 시간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일주일에 한 번 30분에서 한 시간씩 자녀와 놀이하는 시간을 정해 놓는다. 특별한 장소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급적이면 다른 사람들의 간섭을 받지 않는 조용한 장소를 지정해서 늘 그곳에서 놀이시간을 가지면 좋다. 무엇보다도 놀이시간을 규칙적으로 갖는 것이 중요하다. 달력이나 가족게시판에 날짜를 미리 기입해 놓는 것도 좋다. 놀이시간에는 다른 전화나 업무를 봐서는 안 되고 아빠와 자녀 둘만의 시간을 갖도록 준비해야 한다. 자 이렇게 아빠와 자녀가 함께하는 특별한 놀이시간이 준비되었다. 나머지는 놀아주는 방법을 습득해서 놀이를 시작하는 일이다. 두 번째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놀아주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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