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정애 원장을 추모하며

2009-07-27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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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연

정경 한의원 원장님
이렇게 빨리 가실 줄이야
치밀어 오르는 목메임을
어쩌지 못하고 가슴만 두드립니다.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 주던 두 손을 묶인 채
얼마나 고통스럽고 외롭게 가셨을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복받치는
울분을 누를 길 없습니다

딸랑거리는 방울 종 하나 걸어놓고,
아픈 이들은 누구나 들어오라고 열어 놓은 문으로
비수를 품은 그들도 원장님은
여전히 환히 웃으며 맞으셨겠죠
몸이 아픈 이에게는 사랑으로 침술하시고,
마음이 메마른 이들에게는
합당한 책으로 처방을 해 주시며
용기와 희망을 갖게 해주시던 원장님.
이제 그 곳을 내 집 같이 드나들던
환우이면서도 동무였던
이웃들이 갈 곳을 잃었습니다.

황폐해가는 세태를 걱정하고
오염된 환경에서 자라야할 후대를 염려하며,
우리 이민자들이 이역에서 고된 삶도 마다 않는 것은
자녀들의 원대한 성장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며,
세계적인 인물이 속출되는
교육은 유대인의 교육법이라며
틈틈이 관련서적들을 모아 읽으시며
그들의 교육법을 본받아
우리 식 교육기관을 설립할 꿈을 키우시던 원장님.
이제 그 꿈은 이룰 수 없는 꿈이 되고 말아야하나요?


원통하고 원통합니다.
누구보다도 생명을 귀히 여기시는
원장님의 생명이이리 무참하게 짓밟혀지다니,
너무나 어이없어, 뒷곁의 주인 잃은
푸성귀들 마냥 나의 심신도 시듭니다.
내 아픈 육신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까지도
쓰다듬어주던 그 손길,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며
친정나들이 마냥 손수 담은김치며 된장이며
먹거리들을 한아름씩 싸 주시던 그 손길.. ,
매 주 어르신들 위해 봉사하던 그 손길..
베풀고, 보듬고, 어루만지며
너무 많이도 수고한 그 손길을
이제 미움도 질시도 다툼도 없는
그 곳에서 편히 쉬셔요

원장님이 품었던 그 뜻을 우리 모두의
과제로 풀어갈 수 있도록
천사가 되어 지켜주십시오
그 손길 그립습니다..
언제까지나 가슴속에 간직될 것입니다
그 환한 미소와 함께..
다시 만날 때까지 잊지 못할 동무시여!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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