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 름

2009-07-23 (목) 12:00:00
크게 작게
선우월 오후
한 차례 소나기 지나간 후
늙은 정자나무 그늘

촌로의 장기판의 훈수소리
째지는 매미소리에 합착(合着)한다

정자나무 잎 사이로
바람이 스쳐갈 때
때 찌든 평상에 둘러 앉아
놋대접에 시꺼먼 메밀국수
막 딴 토박이 오이채에
풋 땡 고추 양념 다져
참기름에 막 버무려서
얼음 띄운 김치말이로
얼얼히 속을 얼리며 여름을 축낸다


이경주 /워싱턴 문인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