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졸업후 눈칫밥 먹고있어요”
2009-07-16 (목)
올해 대학을 졸업한 한인 장모(25·퀸즈 베이사이드 거주)씨. 남들이 부러워하는 명문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졸업하면 분홍빛 탄탄대로가 펼쳐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는 현재 주위 사람들에게 행여 자신의 초라한 모습이 노출될까 전전긍긍하며 집안에서만 맴도는 ‘방콕’ 생활을 하고 있다. ‘비싼 학비를 대가며 뼈 빠지게 고생해 키워놨더니 밥값도 못 한다’는 부모의 잔소리를 듣는 일도 이제 겨우 두 달여 지났을 뿐이지만 솔직히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마음에 보다 못한 장씨 부모가 급기야 칼날을 빼들어 부모 세탁소에 나와 가장 인건비가 비싼 다림질 기술이라고 배우라고 성화지만 장씨는 괜한 자존심에 차라리 뻔뻔한 방콕족이 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장씨는 올해 말 시작하는 학비융자 대출 상환금 납부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고민 중이다. 아이비리그를 졸업한 황모(26·퀸즈 플러싱 거주)씨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씨와 별반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이웃에게 아들의 취직 문제를 푸념처럼 늘어놨던 부모가 우연히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의 소개를 받아 작은 회사에서 겨우 일자리 하나를 얻어 조만간 첫 출근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황씨는 아이비리그 출신이란 문패를 내세우기에는 겨우 구한 취직자리의 연봉 수준이나 업무 역할이 워낙 보잘 것 없어 솔직히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자신 없다고 고백한다. 불경기 여파로 인해 이처럼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 관문을 통과하지 못해 집에서 눈칫밥만 먹
고 있는 젊은 한인 인재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일부는 부모 사업체에서 일손을 도우며 기회를 엿보기도 하지만 주위의 이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한국인들의 정서 때문에 영어도 완벽하고 명문대학까지 나온 화려한 배경이 오히려 어려운 시기를 지혜롭게 넘겨보려는 젊은 한인 인재들의 의지를 꺾는 장애가 되기도 한다.
물론 올해 대졸자 취업난에 한인들만 고통 받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전국산학협회(NACE) 춘계 설문조사에서도 올해 취업원서를 제출한 대졸자의 19.4%만이 구직에 성공, 지난해 26%, 2년 전의 51%에 비해 크게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갓 사회에 나온 신규대졸자들이 최근 실직위기를 당한 경력사원들과 취업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뾰족한 기술이나 경력이 없고서는 어지간해서는 취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도나도 대학원에 진학하려했던 분위기도 불경기 초반에는 뚜렷했지만 이제는 가뜩이나 떠안고 있는 학비융자 부채가 만만치 않아 주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장씨는 “전문가들은 창조적인 전략으로 취업시장에 뛰어들라고 조언하지만 말이 쉽지 사실 요즘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솔직히 불효인줄 알지만 삶의 의지마저 끊길 만큼 고통스럽다”며 취업시장에서 밀려난 패배자의 설움을 토로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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