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경기에 경쟁률 껑충…“신청만 하면 탄다 ” 옛말
장기불황으로 대학 등록금 마련에 고심하는 한인가정이 늘면서 한인단체나 기관의 장학 프로그램마다 갈수록 지원자가 몰려 경쟁률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장학금 액수가 적은 프로그램은 선발인원과 지원자 수가 별반 차이가 없어 신청서만 제출하면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장학금을 타는 일이 ‘식은 죽 먹기’처럼 여겨졌을 정도다. 하지만 이제는 경쟁자가 많아진 탓에 장학금 액수가 높은 프로그램은 말할 것도 없고 장학금 액수가 적은 프로그램이라도 여간해서는 장학금을 타기가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 적잖이 들려오
고 있다.
지난달 27일 신청접수를 마감한 한미장학재단 동북부지부(회장 최복림)는 올해 50명 선발정원에 250명이 지원, 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지원자 200명이 4대1로 경쟁했던 것과 비교하면 예전보다 지원자들이 적잖은 심적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이 같은 지원자 증가 현상에 대해 최복림 회장은 “한인사회에 재단을 알리는 홍보활동이 효과를 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불경기 탓이 가장 큰 원인을 차지한 듯하다”고 밝혔다. 재단은 장기적인 불경기로 선발인원을 줄이려던 계획을 바꿔 음악회와 기금모금 골프대회로 예년과 동일하게 선발 정원과 지원금 액수를 유지해 올해도 일인당 최소 2,000달러씩 수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올 4월 제1회 백범 장학생 12명을 선발해 1,000달러씩 지급했던 백범 김구선생 기념사업 협회 뉴욕지회도 장학생보다 두 배가 넘는 45명이 지원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매년 5명을 선발해 일인당 1,000달러씩 수여하는 뉴욕예지원 현혜장학회도 과거에는 선발인원과 지원자 수가 동일할 때가 태반이었지만 올해는 지원자가 두 배 가량 늘었다. 이달 18일 대학생 12명에게 1,000달러, 고교생 17명에게 500달러씩 지급하는 퀸즈성당 장학회는 올해 53명이 지원,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지만 지난해보다 지급액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음에도 비슷한 지원자 규모를 유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한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주미한국대사관이 시행하는 재미한인장학기금도 올해 뉴욕총영사관을 통한 지원자가 총 3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20명)보다 55% 증가한 것이다. 한인동포 신분의 대학(원)생 지원도 눈에 띄지만 특히 한국국적 유학생 신분의 학부생 지원은 지난해 5명에서 12명으로 2.5배나 늘었다.
뉴욕총영사관 뉴욕한국교육원의 박상화 원장은 “예전에는 장학금 ‘1,000달러’를 큰 액수로
보지 않았던 학생들이 올해는 ‘1,000달러가 어디냐?’며 사뭇 달라진 시각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고 말해 학비문제로 고민하는 한인가정의 시름이 얼마나 깊은지 간접적이나마 가늠해보게 하고 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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