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울적할 때 그녀는 김치전을 부쳐요
오늘처럼 흐린 날에는 빛바랜 사진 같은 묵은 김치를 꺼내
시큼한 기억들을 잘게 조각내죠
입안에 침이 고이면 그녀는
잊고 지낸 친구에게 편지를 써요
바쁘다는 핑계로 소식 한장 전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후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밀가루에 적어나가요
할 말이 너무 많아 엉키고 달라붙어도 그녀는
마음을 추스리며 낯선 이민생활을 써요
자신은 이곳에서 몸 따로 마음 따로 살고 있다고
물컹한 슬픔을 쏟아내요
그녀는 이름이 없어요 집사람으로 제니로
집안에만 맴돌며 점점 잊혀져가죠
어젯밤에는 네가 꿈에 보였다고 보고 싶다고
그녀는 간절한 바람들을 뜨거운 프라이팬에 펼쳐요
산다는 건 세상에 나를 맞춰가는 과정 같아요
흐물거리던 반죽이 익어가며 맛있는 냄새를 풍기죠
그녀는 손바닥만한 생활을 뒤집고 눌러보기도 하며
수취인불명의 김치전을 부쳐요
<입상소감> 새 싹을 키워보라는 격려에 감사
제가 사는 곳은 LA에서 두 시간 가량 떨어져 있는 애플벨리의 복숭아 농장입니다.
해발 2,000피트가 넘는 고지대인 이곳에서 처음 농사를 짓겠다고 작년 겨울 이사를 했습니다.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우리 가족은 감사하며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봄이 되어 채소를 키워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싹을 띄우는 일조차 쉽지가 않았습니다. 미지근한 물에 상추며 쑥갓, 고추 씨들을 불려 밭에 뿌렸는데 갑자기 찾아온 추위에 싹들이 얼어죽고 말았습니다. 주위에서 농장하시는 분들에게 물어 가며 다시 밭을 일구고 어렵게 고추 모종을 구해 심고 상추며 무를 심었습니다. 그리고는 물을 아침 저녁으로 주며 정성을 들였습니다. 그랬더니 드디어 싹이 파릇파릇 올라오는 것이었습니다. 무럭무럭 자라는 새싹들을 보며 많이 행복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밭을 보니 그 많던 새싹들이 없었습니다. 토끼가 다 먹어버린 까닭이지요. 새싹을 키우는 일은 정말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달았답니다.
이런 제게 시를 키워보라고 어린 싹이 날아왔습니다. 기쁘고 가슴 벅찬 일이지만 두렵기도 합니다. 너무나 감사하며 잘 키워보려고 합니다. 언제나 내게 용기를 주는 남편과 건강하고 사랑스럽게 커주는 세 아이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또한 주변에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며 사는 고마우신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나의 가장 힘이 되시는 주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부족한 글을 선택해주신 심사위원들께도 진심어린 감사를 드립니다.